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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May 28. 2024

침목을 걷는다

침목을 걷는다   


       

침목을 걷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선로를 

양쪽 어깨에 둘러멘 침목을 걷는다


일정한 보폭과 일정한 속도가 

무의식적인 다리를 재촉하고 있다  

   

스무 살에 걸었던 침목을

환갑이 지나서도 걷고 있다

선로는 일직선이지만

그 끝까지 걸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걸을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

걷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었던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간혹 걷다 지쳐 보폭이 좁아지면

여지없이 침목은 발 앞꿈치에

딴죽을 건다.

그럴 때마다 화들짝 놀라 

힘차게 발을 내디딘다 

    

지금까지 걸었던 침목을

앞으로도 계속 걸어야 한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유지하며

오늘도 걷는다    

 

침목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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