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목을 걷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선로를
양쪽 어깨에 둘러멘 침목을 걷는다
일정한 보폭과 일정한 속도가
무의식적인 다리를 재촉하고 있다
스무 살에 걸었던 침목을
환갑이 지나서도 걷고 있다
선로는 일직선이지만
그 끝까지 걸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걸을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
걷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었던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간혹 걷다 지쳐 보폭이 좁아지면
여지없이 침목은 발 앞꿈치에
딴죽을 건다.
그럴 때마다 화들짝 놀라
힘차게 발을 내디딘다
지금까지 걸었던 침목을
앞으로도 계속 걸어야 한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유지하며
오늘도 걷는다
침목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