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서울까지 올라왔네
무슨 사연 있어 고향을 등졌는지 기껏 반나절 거리도 안 되는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고향이건만 한 번 떠난 고향은 돌아갈 수 없고 그저 꿈속에나 그려볼 뿐이라 수백 년 전 아니 수천 년 동안 몸담고 살아온 고향을 떠나고도 가슴 한편에 담아 온 귀향의 꿈 덜어내지도 못하는데 어쩌다 난리 통 피난길도 아닌 등 떠밀려 떠나온 실향목失鄕木 처지로 낯선 길가에서 바라보아도 손 한 번 잡아볼 수 없는 길 건너 고향 친구와 애틋한 눈빛만 나눌 뿐이라 그나마 북서풍 부는 날이면 타향살이 설움을 바람에 얹어 고향으로 보내 보지만 아무런 회신도 없음이 그저 애처로움만 더해주고 혹여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온몸 치장했던 하늘하늘 순백의 옷가지 빗물에 흘려보내 보아도 고향 옆으로 흐르는 강물까지 가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데 따듯한 남쪽 고향 떠나 자리한 이곳에서 이팝나무는 오늘도 묵묵히 북상北上¹ 중이다
북상北上¹ 공해와 병충해에 강한 이팝나무는 한반도 남부지방에 서식하던 수종인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제는 중부지방까지 올라와 가로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