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휴가 대신 동해안에서 실시된 Open Water Diver 자격취득 연수를 다녀왔다. 늦은 나이에 무슨 스쿠버다이빙이냐고 하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딸이 예약해 놓은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다. 스쿠버다이빙은 그저 동남아 패키지여행 도중 관광 상품의 하나로 선택했던 경험만 있을 뿐 정식으로 교육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지라, 이참에 스쿠버다이빙에 대해 가장 기초부터 배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동해로 떠났다.
사실 나는 연수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발언권이 없었기 때문에 연수가 언제부터인지, 연수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연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그냥 운전이나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따라나선 셈인데, 나중에 연수가 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이 연수비용으로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거액의 연수비를 결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나는 딸에게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게 되어 고맙다고 말로만 때우고 만 셈이 되었다.
연수는 이론 과정을 포함하여, 실내 풀에서 기본적인 장비 체결부터 입수 방법, 물속에서의 유영 방법, 이퀄라이징 방법 등을 배우고 나면 본격적으로 바닷물에 들어가는 해양 실습을 하는 순서로 이루어졌다. 처음 이틀간은 실내 5미터 풀에서 바닥까지 내려가 마치 바닷속 바닥을 기어가는 것처럼 풀 둘레를 도는 연습을 했다.
첫날 오후 도착하자마자 강의실에서 두 시간가량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이론적인 교육을 받고 곧장 아래층의 잠수 풀로 내려갔다. 교육은 대략 7~8명이 한 조를 이루어서 받는 형식이었으므로 한 조가 풀에 입수하면 다른 조는 잠수장비를 체결하고 조작하는 교육을 받았고, 교육이 끝나면 서로 장소를 바꾸어서 다시 교육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장비 체결 교육에서는 공기통을 부력슈트에 연결하는 법과 호흡기를 공기통에 연결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풀에서는 잠수 슈트를 입는 법부터 시작하여 물안경을 쓰고 물속에서 호흡하는 법, 그리고 귀에 느껴지는 수압을 해제하기 위한 이퀄라이징 방법, 수면 아래로 깊이 내려갔다가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는 법 등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첫날의 교육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이론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간단히 테스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테스트 결과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사람에게는 바닷속 교육까지 끝냄과 동시에 이수증과 Open Water Diver 자격증을 발급해 준다고 했다. 물론 테스트에서 탈락하는 사람은 없는 수준의 그저 단순한 교육 절차였을 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첫날의 일정을 마쳤다.
나와 아내는 교육 첫날부터 모든 강사진의 집중적인 보살핌을 받았다. 이유는 우리가 연수 참가자 중 가장 고령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이 걱정되어 딸이 교육 신청할 때부터 몇 번이고 확인을 받았다고 한다. 부모님 연세가 높은데 괜찮겠냐는 문의에 연수운영팀으로부터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는 확답을 듣고 신청했던 것인지라 당연한 강사들의 관심이었다. 강사도 가장 경험이 많은 분으로 배치되었고, 우리는 연수 기간 내내 일대일로 지도를 받았다. 참가한 연수생들도 우리와 같은 부모를 모시고 온 딸에게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고, 연수 기간 내내 딸은 둘도 없는 효녀가 되었다.
실내 교육이 끝나고 이틀째부터는 바다에서 교육이 진행되었다. 처음 입수는 바닷가 해안에서 가까운 곳에서 걸어서 입수하여 바닷속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작은 생물체들을 감상하는 과정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작은 물고기들을 구경하면서 간간이 수중 호흡법과 물안경에 차는 바닷물을 빼는 법을 실습하였다. 원래 스쿠버다이버는 혼자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고 버디라고 짝을 이루어 들어가야 한다고 했지만, 강사 한 명에 수강생 2~3명 정도가 짝을 이루어 입수했고 우리는 앞에서 말한 대로 강사 두 명이 각각 나와 아내의 손을 잡고 입수했다. 원래 우리 둘을 강사 한 명이 담당해도 될 것인데 끝까지 개인지도를 해준 강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삼 일차에는 드디어 배를 타고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실내 풀이나 해안가 교육 시보다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바닷속 바위에 붙은 전복도 보고, 해삼과 불가사리 성게와 같은 해양 생물도 볼 수 있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스쿠버다이버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닷속에서 삼십 분 정도를 구경하다가 다시 배로 올라와서 교육센터로 돌아왔다. 그렇게 삼 일차 교육을 마치고 저녁에는 간단한 회식 자리가 있었다. 거기에서는 각자 자기소개가 있었고, 강사들과 연수생이 섞여 앉아서 다이빙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화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애주가들은 약간의 알코올을 섭취했음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한부 금주령에 묶인 나는 그저 음료수만 마셨을 뿐이다.
어느새 교육의 마지막 날인 사 일차 날이 밝았다. 이제 오전에 바닷물 입수를 한 차례 끝내고 나면 모든 교육도 끝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밀려오는 파도가 심상치 않은 것이 우리의 마지막 교육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를 않았다. 강사들이 바다에 나가서 다이빙 여건을 확인하고 돌아왔는데, 결국 바다로 멀리 나갈 수 없고 방파제 안쪽의 내항에서 다이빙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튼 그렇게 4일간의 교육은 모두 끝났고, 우리는 교육센터로 돌아와서 교육 이수증과 짐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원래 연수 기간에 혹시 비가 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스럽게 비는 하루도 오지 않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대관령에 오르니 앞이 안 보이게 세찬 비가 내렸다. 순간 앞이 안 보인다는 걱정보다,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 기간에 비가 내렸으면 명색에 다이버 교육인데도 바닷속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실내 풀에서만 교육받아야 했을 뻔했기 때문이었다.
교육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온몸에서 맥이 빠졌다. 교육받느라 힘들었던 데다가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잠시 쉰 시간까지 다섯 시간 가까이 운전했으니 오죽 피곤했으랴. 생각해 보니 이제는 나도 많이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인 듯 아닌 듯 한 바다에서의 물놀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제 며칠 후면 운전면허증만 한 크기의 다이버 자격증이 플라스틱 실물로 도착할 것이다. 뭔가 조금은 멋있을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이 과정을 마치고 일정 기준의 잠수 시간을 채우면 오픈워터보다는 한 단계 높은 중급(Advanced Scuba Diver)까지 취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에게는 요원한 일이고, 딸은 혹시 기회가 되면 계속 물속에 들어가 보고 싶은 것 같았다.
요즘 우리 딸은 공주도 되고 효녀도 되고, 아무튼 딸은 잘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