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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흔 Oct 26. 2024

평일 저녁의 외출

요즘 부쩍 졸린다. 환절기라 그런가? 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일정하게 한 자세를 조금만 오래 취하고 있으면 여지없이 졸린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있든, 소파에 앉아있든, 아무튼 졸린다. 원래 졸음이 많고 어디에서든 등만 붙이면 잠이 들 정도로 잠을 잘 자는 체질이긴 해도 요즘처럼 졸음을 떨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할 만큼 걸핏하면 꾸벅거린다.

     

갑자기 아내가 찾는다. 카톡으로 주소를 보내 두었으니 딸 퇴근길에 맞춰 나가서 다녀오자는 거다. 딸에게는 이미 의사를 타진해 두었으니 나만 얼른 나갈 차비하고 나가자고 한다. 어설픈 잠에서 깨어나 부스스한 눈으로 카톡을 보니 주소지가 남양주시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퇴근 시간에 서울의 서쪽 끝에서 서울을 가로질러 동쪽 끝을 지나 남양주까지 가려면 최소 견적이 두 시간은 넘겠다는 생각이었다.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보았다. 왕복 네 시간에 식사하고 차 마시는 시간까지 거의 여섯 시간 정도 걸리는 외출이다. 더구나 밤눈 어두운 나이에 야간 운전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덤이다. 그래도 아내와 딸이 간다면 가야지.

      

옷을 챙겨 입은 후 평소 낮에는 쓰지 않는 안경을 꺼내 깨끗이 닦아 안경집에 넣고, 얼음 채운 텀블러에 커피를 몇 방울 따라서 집을 나섰다. 딸을 데리러 가는 도중에 딸이 좋아하는 음료도 한 잔 사서 뒷좌석 음료 받침에 끼워 놓았다.   

   

요즘 딸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했던 일인데, 바로 후기 블로그를 작성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단골 미용실을 광고해 주기 위해서 시작했는데, 광고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던 것에 힘입어 다른 방문지 소개까지 손을 뻗쳤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블로그 후기 깜을 찾아 돌아다니는 취미가 생겼다. 그런 까닭에 딸이 원래부터 엄마 아빠 껌딱지이긴 했지만, 더욱 함께 돌아다니는 것에 맛을 들였다. 어제도 아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자기는 좋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딸도 어제는 엄마 아빠에게 어디든지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할 생각이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 딸이 맞는 것 같았다.

     

딸을 태운 차는 복잡한 목동 거리를 빠져나와 강북강변도로에 접어들었다. 역시 길에는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차량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차량의 행렬이 아예 정지 상태는 아니었다. 오랜 운전 경험으로 볼 때 차들이 서 있지만 않고 일단 천천히라도 움직이고 있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내비게이션이 보여주는 도착 예정 시간 이내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과연 예상 시간이 다가오자,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다. 

     

일단 저녁을 먼저 먹고 다음에 강변이 바라보이는 카페에서 차와 디저트를 먹기로 했다. 우리는 처음 가는 곳인데, 목적지 초입은 온통 음식점이었고 그곳을 지나면 강변을 끼고 카페들이 늘어서 있었다. 일단 가는 길 차 안에서 미리 검색했던 집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종류의 음식점이 있어서 잠시 선택을 망설이긴 했지만, 어차피 다음에도 또 올 것 같기에 그냥 처음 짚은 곳으로 정했다. 쇼핑도 그렇지 않은가? 빙빙 돌다가 결국 처음 보았던 집에 들어가서 사듯이, 첫눈에 들어온 곳이 제일감이니까. ‘시래마루’라는 이름답게 ‘시래깃국’이 메임 메뉴인 집이다. 생각보다 딸도 입맛이 사골 타입인지라 두말없이 찬성한 집니다. 고등어구이와 낙지볶음도 나오고, 그 정도면 음식점 선정에 선방한 셈이었다. 

     

밥을 먹고 나와서 카페로 올라갔다. 카페는 음식점 거리 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카페뷰 66의 ‘66’은 지번인 ‘강변북로 632번 길 66’에서 따온 것이리라. 사실 낮에 갔어야 한강 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미 어두워진 후에 갔기 때문에 그런 전망은 볼 수 없었고, 그 대신 멀리 강 건너의 야경만 감상하고 왔다. 그래도 평일 저녁치고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고, 배도 부르게 먹었고, 달콤한 차와 케이크로 후식도 즐겼으니 이만하면 훌륭한 저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딸의 후기 블로그에 올릴 건수가 두 개 확보된 셈이었다. 다음에는 또 어디로 갈 것인가? 이번에는 딸에게 물색해 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https://blog.naver.com/eeonnuna/223634427824

https://blog.naver.com/eeonnuna/22363450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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