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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텔라 콘서트에 다녀왔다

by 정이흔

3천여 석의 좌석을 꽉 채운 장충체육관의 열기는 정말 뜨거웠다. 무대 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보이는 가수의 얼굴은 흘러내리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누군지 모를 내 주변 여성의 찢어지는 듯한 환호성은 마치 오른쪽 귓구멍으로 들어갔다가 왼쪽 귓구멍으로 내 머릿속을 관통하듯 뚫고 나온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짐을 느꼈다. 나중에 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딸이 한마디 한다. “아빠, 그런 사람들 보고 뭐라 하지 마. 나도 소리 질러서 앞 좌석 여자가 귀를 막았단 말이야.” 그 말에 나는 그저 웃고 말았다. 하긴 콘서트에는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소리를 지르러 가는데, 그걸 뭐라고 하면 하는 사람이 잘못하는 것 아닐까? 이전에도 이들의 콘서트에 몇 번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2년의 공백을 뛰어넘는 기다림이었던 터라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인기 가수이자 김연아의 남편 고우림이 군에서 제대 후 처음으로 4인 완전체 공연을 펼친 크로스오버 남성 4 중창 보컬 그룹 포레스텔라의 콘서트 현장이었다.


우리 집에 포레스텔라 열풍이 분 것도 지금 생각해 보니 벌써 칠 년인가 된 듯하다. 처음 그들이 팬텀싱어에서 우승할 당시 우리가 느낀 신선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부분 성악을 전공한 참가자들 사이에 이색적인 조합을 이룬 팀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개인별로 보아도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팀이었기 때문에 더욱 좋아했던 것 같았다. 성악을 전공한 조민규와 고우림은 그렇다 치더라도 뮤지컬 분야에서 활동하던 배두훈과 평범한 회사의 연구원이었던 강형호의 합류가 그들을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색다른 그룹으로 만들어 놓았다. 음역을 기준으로 테너가 3명 베이스가 1명이지만, 성악 소프라노 전공자만큼 안정된 소프라노 음역을 구사하는 록 보컬리스트 강형호 덕분에 마치 남성 4 중창에 여성 소프라노가 합류한 5중창의 노래처럼 들린다. 그 이후부터 포레스텔라는 영원한 우리의 우상이 되었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활동하는 음악계나 연예계에서도 그들의 위상을 도드라졌고, 점차 원숙해 가는 그들의 음악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딸의 적극적 덕질 덕분에 수십 년 전 KBS 공개홀에서 열렸던 심수봉의 빅쇼 이후, 생전 가 본 적도 없는 가수의 콘서트에도 몇 번 다녀왔다. 포레스텔라가 콘서트 입장권 예약을 시작한다고 하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서 티켓팅이 아니라 피켓팅이라고 할 정도의 높은 경쟁 속에서도 딸은 기가 막히게 나와 아내의 티켓까지 거머쥐는 능력을 보였다. 물론 나는 그들 노래 중에서 가사도 제대로 외우는 곡이 없는데도 그저 아내와 딸을 따라서 다닌 셈이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따라다닌 콘서트가 강형호 단독 콘서트까지 합해서 어제로 일곱 번이나 되었다는 사실에 나도 새삼 놀랐다. 그렇게나 많이 갔다고?


이번 공연이 특히 의미가 있었던 까닭은 고우림의 제대 후 첫 공연이라는 점이다. 멤버 중 유일하게 군 미필이었던 고우림이 2년 전에 입대한 후로는 제대로 된 4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활동이 약간 위축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이제 다시 4인 완전체가 되었으니 그동안 기다렸던 팬은 물론이고 무대에서 열창하는 포레스텔라 전원에게도 의미 있는 공연이었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우리가 좌석을 찾아 자리에 앉았을 때, 아내의 옆자리 관객이 아내에게 무엇인가 건네면서 말을 붙였다. “일본에서 왔습니다.” 그녀는 어눌한 한국말로 그렇게 말하면서 일본에서 만들어 온 기념품을 나와 아내에게 하나씩 건넸다. “일본에서 사랑을 담아서. FORESTELLA Love JAPAN”이라고 적힌 작은 손부채와 사탕, 그리고 손수 제작한 4인의 얼굴이 새겨진 스티커를 담은 작은 비닐봉지였다. 그녀는 등에 FORESTELLA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려는데 승강장에서 같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보고 그녀가 단체로 콘서트를 관람하려고 일본에서 온 팀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튼 포레스텔라는 이미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남성 4 중창 보컬이었다.


이번 공연은 오랜만에 새로 시도하는 곡도 선보이면서 공식적인 무대에서 멤버 사이의 호흡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었다. 간혹 예전에 비해서 삐끗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조차 팬들에게는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으리라. 다른 콘서트에 비해 노래 이외의 무대 수다도 그들만의 공연에서 볼 수 있는 재미였는데, 오랜만에 서로 물고 물리는 토크 수준의 진행을 보면서 이제야 비로소 포레스텔라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한결 원숙해진 고우림의 모습에 팬들은 연신 환호를 지르기에 바빴고, 그들은 그런 팬의 모습에 힘을 얻어 준비한 전부를 보여주려는 듯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 확실히 포레스텔라가 개인 활동을 금지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 권장하는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포레스텔라는 4인이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 공연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제 완전체로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할 포레스텔라의 앞길에 서광이 비치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티켓을 예매하는 딸 손이 지금까지의 감각을 잃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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