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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서

by 정이흔

브런치 이웃 구독 작가님인 ‘한아’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몇 자 적어 본다. 처음에는 댓글로 공감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댓글로 적기에는 분량이 조금 길어질 것 같아서 지금처럼 내 브런치에 새로운 글로 올리기로 했다. 원 글은 아래의 글이다.


https://brunch.co.kr/@younhana77/227



원 글의 장대리와 팀장의 대화에서 내가 장대리의 생각에 공감한 이유는 바로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이 추구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말 그대로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창작 플랫폼을 구상한 것인지? 아니면 글쓰기를 즐기는 다수의 무명작가에게 글쓰기 공간을 제공하면서 예비 작가 중에서 유망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문학적 성취를 함께 기뻐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하여 구상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사실 예전에 ‘응원하기’라든지, 분야별 크리에이터라는 딱지를 붙인 것이라든지 하는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하지 않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똑같이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은근히 차별을 의식하게 하는 제도인 것 같아서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카카오가 유료 서비스를 중개하기 위한 최종적 목적을 갖고 그동안 참여할 작가를 모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그렇지 않은가? 유료 서비스를 구상하고 그 구상을 실제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그 장단에 춤을 추는 작가가 많이 확보될수록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기는 당겨질 것 아니겠는가?



솔직히 품앗이로 전락할 것 같은 생각에 나는 응원하기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내 글이 독자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구독할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작가 멤버십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기적 작가이다. 마땅히 카카오가 깔아준 멍석에서 놀고 싶으면 입장료를 내듯이 회사의 수익에 직결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찝찝하게 운영한 것도 사실이다. 응원하기만 보아도 그렇다. 응원한 독자를 밝히는 것은 그 독자의 글에 가서 당신도 응원하라고 하는 묵시적 강요이다. 그래야 응원 관리 수수료를 양쪽에서 징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서점에서 책을 샀다고 해서 그 작가가 내가 자기의 책을 샀는지 알 수 있을까? 아니다. 절대 모른다. 글에 대한 팬심은 대가를 노리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을 브런치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응원하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출판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일전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게 작가를 발굴하고 응원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차라리 선발 주체가 브런치가 되어라. 그리고 지원도 브런치 돈으로 해라. 뭐 그런 이야기였다. 하지만 브런치는 판만 깔고 상금이나 출판도 모두 출판사의 부담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부분도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가 수익을 얻기 위한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을까? 일반적으로 출판사는 많이 팔릴 것이 예상되는 글을 책으로 출간해서 판매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인세든 뭐든 작가를 지원하는 것이다. 출판사는 브런치에 올라온 수많은 작가의 글을 공짜로 검토할 기회를 확보하는 대신 작가의 출간을 지원해서 수익을 얻는다. 그러면 브런치는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두 가지일 것이다. 활동하는 작가 수를 늘릴 수 있고, 플랫폼에 올라오는 글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점이 당장 돈이 되겠는가? 어쨌든 현실은 출판사가 그 프로젝트를 주관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수많은 브런치 작가처럼 무명작가의 글은 선택받을 수 없다. 하지만 브런치가 출판프로젝트의 주관자가 된다면 지금과 같은 형태보다는 더욱 많은 무명작가가 출간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만 해도 브런치는 문학계에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나처럼 사업에 무지한 사람은 아마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출판사 대신 브런치가 모든 것을 주관하여 작가를 선발하고 출간을 지원하는 대신, 출판권을 확보하여 정당한 수익을 추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도 일 년에 한 번 행사하듯 작가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암행어사 활동처럼 수시로 사내 편집자들이 플랫폼 작가와 글을 확인하고 검토하여 작가를 선발하는 것이 브런치 작가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는 일이 아닐까? 동시에 판매력을 지닌 작가와 글을 많이 발굴할수록 회사의 수익은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 말이다. 그렇게 브런치가 발굴한 작가가 많아질수록 브런치의 사회적 기업이미지 또는 출판계에서의 위상은 높아갈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뭐 어렵겠는가? 베스트셀러 서적을 많이 발굴한 경력직 편집자를 채용해서 일을 전담하도록 해도 될 것이다. 이미 인지도가 높아진 작가들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다음 작품들도 브런치 출판에 의뢰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기업이미지가 좋아지고, 작가 지망생에게는 희망적 통로로 비치게 될 것이고, 기업은 기업대로 수익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다가 누가 알겠는가? 조금 세게 나아가서 브런치 작가 출신이 저명한 상이라도 수상한다면, 너도나도 브런치 작가 지망생으로 몰려들지도 모른다. 차라리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든지 말이다. 아, 이건 너무 나간 것 같다.



한아 작가님 글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브런치가 문학 출판 마당에서 차지하는 자기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른다면 앞길이 그리 순탄하고 희망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례로 많은 작가들이 브런치를 떠났다. 물론 중이 저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라고 브런치에서는 그런 사실을 무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이유로 브런치 마당을 떠날 작가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그렇게 그들의 이탈을 무시하다 보면, 언젠가는 브런치의 방향성이 회사가 생각하지 않은 쪽으로 흐르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하긴 내가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그냥 나부터도 브런치의 덕을 본 사람 중의 한 명으로 브런치가 시행하는 프로그램이 잘 되기만을 기원해야 하는데, 나의 진심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한아 작가님 글의 댓글로 올리기에는 너무 긴 것 같아서 따로 쓰다 보니 논지가 조금 흐려지기는 했는데, 수정할까 하다가 그냥 올린다. 그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글은 안 쓰고 브런치에 불만을 토로하는 구시렁쟁이로 보이지는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이런 글에 한아 님의 글 링크를 연결한 것이 실례가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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