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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소득을 향한 끊임 없는 전진을 위하여

나도 글로 돈을 벌어보고 싶다.

by 정이흔

구독 작가의 글을 클릭하다 보면 “이 작가의 멤버쉽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라는 글을 자주 접한다. 심지어 어느 글은 글의 끝으로 갈수록 흐릿해지면서 멤버쉽을 시작하라는 권유까지 나온다. 순간 망설임이 앞선다. 브런치스토리(이하 브런치)가 브런치였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냥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읽고, 라이킷을 누르며 서로 창작 활동을 응원하던 시절이었다. 사실 그때가 좋았지만, 브런치가 마냥 공짜 판을 펴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결국 유료 플랫폼이 되어버렸다.


사실 응원하기부터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순수하게 응원하자는 취지가 탈색된 시스템으로 인해 거부감부터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응원 품앗이는 라이킷 품앗이와는 전혀 다르다. 돈이 든다는 것이다. 그것도 브런치에 일정 부분을 헌납하는 돈이 든다. 어느 일방의 응원 금액은 상대방의 응원을 은근히 종용하게 되었고, 브런치는 그 와중에 공인중개사도 아니면서 응원하는 작가 양방으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한다. 그런데 나는 응원할 돈이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까운 작가에게조차 응원한 적이 없다. 그 작가의 글에 응원이 쌓일수록 나는 작가에게 미안한 감정이 스멀거린다. 나도 다른 작가들처럼 여기저기 응원하며 서로 글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역시 복병은 돈이다. 자꾸 돈 이야기를 하면 다른 작가들이 나를 궁상맞고 쩨쩨하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응원하기도 이랬는데, 하물며 이번에는 멤버쉽이다. 가끔은 꼭 읽고 싶은 글이 있어도 멤버쉽 때문에 접근부터 차단당하는 글도 있다. 그렇다고 글을 건너뛸 수도 없다. 결국 끊어진 필름처럼 띄엄띄엄 조각난 글을 감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덜컥 멤버쉽을 시작할 수도 없다. 응원하기처럼 또 돈이 든다. 그렇다고 멤버쉽 작가가 된 분들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작가로서 창작 글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받는 문제와 연결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기존 문단에서 적절한 대접을 미처 받지 못하고 있는 작가에게 새로운 장을 마련해 준 브런치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지경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작가의 이탈이 예견되기도 한다. 나처럼 빈곤한 작가의 서러움일 것이다.


브런치가 유료화하는 과정에 편승해서 브런치를 통해 ‘글로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방법이 책을 출간해서 인세를 받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 얻은 인지도를 배경으로 각종 강연이나 다양한 창작센터의 강의를 통해서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돈을 버는 방법이 지금까지의 방법이었다면, 브런치처럼 유료화 플랫폼에 글을 올려 구독자로부터 구독료를 받는 방법도 글을 써서 돈을 버는 방법이다. 전자는 지명도가 높은 작가에게 해당하는 경우이고, 후자는 비교적 그렇지 못한 작가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작가는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장은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것이 요원한 일인지도 모른다. 결국 매일 써봐야 밥이 나오냐? 아니면 떡이 나오냐? 하거나, 까짓 어차피 돈도 안 되는 글을 뭘 그렇게 열심히 쓰냐?라는 빈정거림만 듣게 될 수도 있다. 마치 내가 예전에 그림을 그렸을 때와 마찬가지인 상황이 연출된다. 야외에 나가서 이젤을 펴고 열심히 그림을 그릴라치면 옆에서 팔리지도 않는 그림을 뭘 그렇게 열심히 그리냐? 이리 와서 그냥 술이나 한잔 마시자던 畵友의 말이 떠오른다. 하긴 그렇다. 전업작가회에 속한 화가 중에도 순수하게 그림을 그려서만 먹고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던데,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죽하면 언론사 신춘문예나 각종 문학상으로 문단에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중에도 수년 후에 보면 글 한 줄도 못 쓰고 그냥 문단에서 소외된 사람이 많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게 글 써서 돈 벌기 힘든 세상이라는 이야기이다.


창작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으로서 염치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오랜 시간을 창작에 몰두한 작가도 그런데, 하물며 부업처럼 글을 쓴 작가가 글로 돈 벌기를 바란다는 것이 정말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볼 수밖에. 아무튼 삼 년 차 작가 지망생이 느끼는 글로 소득의 허상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허상을 좇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돈이 되든 안 되든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이 사그라지지 않는 한, 꾸준하게 글을 쓸 수밖에 없다.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한 시간이 의도하지 않게 길어졌다. 사실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브런치에 공개하기 전에 여기저기 돈이 될 만한 곳에 던져보느라 공개하지 못했을 뿐이다. 물론 그렇게 돈이 된 글이나 상업화하지 못한 글이나 결국 때가 되면 브런치에 올려질 것이다. 기왕이면 이 글은 돈이 얼마나 되었고, 저 글은 돈이 얼마가 되었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 올려지기를 바랄 뿐이다. 너무 욕심이 야무진 것일까?


그렇게 글로 소득을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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