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가족센터에 다녀왔다

by 정이흔

손자는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도 손자 마음이라서 어떤 날은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다가도, 어떤 날은 나가기 싫다고 한다. 그래서 며느리와 내가 손자에게 “밖에 나갈까?”라고 물어봤을 때, 손자가 “응”하고 대답하면 즉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만일 조금이라도 늦어서 손자의 마음이 순간적으로라도 바뀌면, 그날은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 물론 손자의 결정은 밖의 날씨가 춥건 아니건 별 상관이 없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며느리가 밖에 나가야 하겠다고 하길래 부지런히 설거지를 끝내고 손자 옷 입혀서 밖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아파트 주위를 한 바퀴 돌 생각이었는데, 걷다 보니 조금 먼 거리까지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집에서 조금 떨어진 대로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차를 좋아하는 손자에게 조금 더 많은 차를 보여주기에는 대로변 걷기가 제격이었다. 그렇게 대로변으로 나가서 버스로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전철역까지 걸었다. 원래라면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집 방향으로 돌아왔을 텐데, 오늘따라 손자 컨디션도 좋고 해서 조금 더 있다가 들어가야 하겠다고 생각해 며느리에게 물었다.



“전철 타고 조금 멀리 가 볼래?”

그랬더니 며느리도 좋다고 한다. 평소라면 손자가 졸린다고 할 만도 한데, 오늘은 조금 더 있다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기왕이면 전철을 타고 시흥능곡역으로 갈 수 있냐고 물었다. 갑자기 시흥능곡역? 하다가 문득 어제 며느리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며느리가 서울대학교 외국어학당에 등록 신청한 이야기는 이전에 했었는데, 월요일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고 수업료도 이미 납부했다. 그런데 수업료까지 납부하고 나니 며느리가 생각이 많아진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일주일 내내 가야 하는 것도 그렇고, 기간에 비해 수업료가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3월 첫 주 손자가 어린이집에 가서 적응 기간을 보낼 때, 며느리도 함께 어린이집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시흥시에서 제공하는 결혼 이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내어, 나에게 자세히 알아봐 달라고 했다.



일단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시흥시가족센터’라는 곳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전화로 문의해 보니 집에서 가까운 시흥능곡역 근처에 ‘능곡 분관’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우선 전화로 강좌 수강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강좌는 일주일에 2회, 1회에 2시간 반씩 40회 차까지 진행된다고 했다. 수강 조건은 어학원에 비해 너무 좋았다. 손자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 때나 데리고 올 때나 며느리가 같이 갈 수 있는 상황은 분명 손자에게도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므로, 강좌 수강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수강료가 무료라는 점도 며느리의 결심에 한몫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레벨은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내가 며느리는 한글을 읽을 줄 알고, 간단한 단어 위주의 의사 표현은 할 수 있다고 하니 ‘2단계’ 강좌를 들으면 되겠다고 하면서 대기자 명단에 올려주었다. 물론 연락 번호는 내 전화번호를 남겼다. 1월 내로 수강자가 결정되면 2월부터는 곧바로 강좌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며느리가 ‘시흥능곡역’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전철역으로 내려가서 원시행 열차에 올랐다. 시흥능곡역은 두 번째 역이다. 전철에서 내려 ‘시흥시가족센터’가 입주한 건물로 향했다. 센터에 들어가니 여직원 두 명이 우리를 반겼다. 나와 전화로 상담했던 직원은 회의 중이었기에, 우리를 맞은 직원에게 우리가 오게 된 연유를 설명하고 센터를 돌아볼 수 있냐고 했더니 친절하게 내부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어 교육 이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므로 언제든지 관심이 있으면 들려 달라고 했다. 확실히 시흥시에 외국인이 많은 모양이었다. 나는 며느리가 2월부터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말하고 센터를 나왔다. 센터를 돌아본 며느리는 시설에 아주 만족했다. 그렇게 센터 방문 예행연습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했고, 집 근처 역에서 내린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산책 치고는 긴 산책이었다.



이제 1월 말 이전에 며느리의 강좌 수강이 확정되었다는 전화만 받으면 된다. 어학원에 갈 때보다 가깝고, 대중교통이 가능한 위치이므로 내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올 필요도 없게 된다. 말 그대로 3월이면 낮에는 자유시간이다. 그때부터는 글을 좀 쓸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또 어디로 갈까? 연구해 보아야 하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파고로 하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