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식습관은 어떻게 다른가?

by 정이흔

나는 손자와 며느리가 오기 전까지 약간의 걱정은 있었다. 걱정이라고 해 봐야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걱정인 것은 며느리의 입맛과 식습관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아들이 집에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아들이 출국하고 나서 다시 귀국할 때까지 칠 개월 이상 우리가 알아서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며느리가 육류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여차하면 고기로 밥상을 채워도 일단은 무사통과일 확률이 높다.



식사할 때 반찬 문제도 고민이었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처럼 끼니마다 새로운 반찬을 준비해서 먹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한국인은 냉장고의 효능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민족이다. 이른바 밑반찬이라고 하는 요리를 몇 가지 준비해서 넣어 두고, 식사 때마다 새로운 별식을 한두 가지 곁들이고 국도 준비해서 식사한다. 어떻게 보면 편리한 시스템이지만, 중국인 며느리가 보기에는 매일 먹는 반찬이 냉장고에서 들락날락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긴 뭐 그런다고 내가 특급호텔 주방장도 아닌 처지에 매번 식탁을 새로운 메뉴로 장식할 수도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자기가 무엇을 먹고 싶은지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손자도 함께 식탁에 앉는데, 손자 식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하지만 며느리도 앞으로는 한국에서 계속 살 것인 만큼 한국의 식재료에 적응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지금에야 나나 아내가 준비해 주겠지만, 아들 가족이 나중에 독립할 때가 되면 어차피 그 가족의 식사는 며느리가 담당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한국 식재료로 한국식 식단을 차리는 것에 적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별식으로 며느리가 요리할 줄 아는 중국 식단을 차릴 경우도 있겠지만, 아마도 평소에는 우리 집에서 하던 식사처럼 준비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며느리에게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 그리고 손자에게는 뭘 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며느리의 입에서 특별한 반찬 이름이 나오지는 않는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평소 밑반찬 이외에 뭔가 새로운 별식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되면 우리가 이것저것 예를 들면서 물어본다. 고기도 소고기냐? 돼지고기냐? 닭고기냐? 그런 식으로 물어보고, 돼지고기도 삼겹살이야? 목살이냐? 이렇게 물어본다. 손자도 고기라면 무조건 오케이다. 그 외에 새우도 좋아하고, 푸른 채소 종류도 잘 먹는다. 푸른 채소라고 하니 생각이 난다. 중국을 여행할 때 느낀 것이지만 중국인이 청경채를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집도 며느리가 오고 나서는 청경채 반찬이 하나 더 늘었다. 물론 조리법은 간단하다. 그냥 웍에 넣고 기름 두르고 소금으로 밑간하고 살짝 볶으면 된다. 너무 익히면 아삭거리는 맛이 없어지므로 숨만 죽게 살짝 볶는다. 거기에 하나 더하자면 손자가 잘 먹는 자색 양파와 브로콜리, 당근, 며느리가 좋아하는 송이버섯을 얇게 썰어서 함께 볶으면 된다. 그런 식으로 메뉴가 다양화하는 중이다.



오늘 아침에는 밥을 먹다가 며느리에게 물었다. 지금처럼 반찬을 준비하는 것이 어떤가 하고 물어보면서, 중국은 우리나라와 식사 습관이나 식사를 준비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냐고 물었다. 내가 알기로도 중국인은 아침을 집에서 요리하지 않는다는데, 정말 그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역시 며느리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밖에서 먹든지, 밖에서 사 온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처럼 집에서 요리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의 방식 중에 어느 쪽이 더 좋은 것 같냐고 물었더니 며느리는 한국 방식이 더 좋다고 했다. 이유는 중국은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경우를 제외하고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할 때는, 식사 준비를 끼니마다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한국과 같은 밑반찬 개념이 없으니 그렇다. 하지만 한국은 그냥 냉장고 반찬을 꺼내 먹으면 되니까 그 얼마나 편하냐는 것이다. 역시 한국 며느리다운 생각 같았다.



며느리가 자신 없어하는 것은 요리하는 것과 바느질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딸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모르겠다. 딸에게 최소한의 요리는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 그럴 필요 없다고 한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를 만나면 간단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안 되면 주문해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내심 친정 부모인 우리나 시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선호하는 딸 다운 대답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며느리도 비슷한 성향인 것 같았다. 자기는 요리가 정말 자신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그러고 보면 아들도 요리는 어느 정도 섭렵해야 자기 가정을 제대로 건사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는데 며느리가 배고프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뭘 먹을지 보라고 했더니 냉동 고기만두를 꺼낸다. 아내와 함께 냉동 만두 조리 순서를 알려주었다.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먹고 싶으면 알아서 꺼내 먹으라고 미리 예행연습을 한 셈이다. 그렇게 하나씩 알려주는 중이다. 하긴 그래도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며느리도 손자의 엄마이므로 자기 아들을 먹이려면, 알아서 간단한 조리법 정도는 익히지 않겠는가?



며느리가 중국에서는 어떤 식생활을 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단지 지금 우리의 식사 습관과 메뉴에 만족하면서 잘 먹고 잘 지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고향 떠나 먼 곳에 와서 있으면서 먹고 싶은 것 못 먹는 것은 무조건 서러움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먹는 것으로 서러움을 겪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래서 최대한 며느리의 식성과 식욕과 식사량에 맞추어 가면서 식사를 준비한다. 그러는 중에 며느리는 한국의 식재료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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