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일요일 성북동 조용히 자리 잡은 사찰 길상사에서
백석의 연인 자야가 1000억 자산도 백석의 시한편만 못하다 했다는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그녀가 떠나 머문 곳 한편의 시비로 만났다.
시인이 어쩌면 오지 않을 애인을 기다리며 소주를 마신다.
그리고 허세롭게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나라 잃은 답답한 시절에 시인이 더러워 버리고 가고 싶다던 세상이
산골로 같이 들어 갈 애인도 흰 당나귀 같은 변변한 차 한 대도 없는
백석보다 더 우울한 오늘날의 누군가가,
소주 한잔을 하며 넋두리 할 곳과 꼭 닮아 있어
마음에 박히는 싯구절 앞에서 한동안 시를 보고 또 보았다.
글·그림 반디울
https://www.instagram.com/bandi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