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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지 않아

YOLO 졸업

by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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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우리 집은 허리띠 꽉 졸라매고 가계 긴축의 시간으로 돌입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내 집 장만할 때 얻은 은행 대출쯤은

남들 다 있는 기본 옵션 같은 것 아닌가 하며 빚이라 여기지 않았고,

특별한 저축이랄 것도 없이 편한 마음으로 살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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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그렇게 크게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현재를 낙관하고 지내 왔던 것이

요즘 말하는 YOLO의 삶이었지 않나 싶다.

하지만 40대의 길목에서 슬슬 생겨나는 흰머리와 함께 나름 누려왔던

YOLO의 삶을 정리할 때가 왔다는 걸 절감했다.

놀면 바로 반백수가 되는 프리랜서로,

남편의 직장만 바라보는 지금의 삶에서 경제적 변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 둘 ‘이제 회사생활 이삼 년 본다.’는

전망을 전해 올 때면 더욱 그렇게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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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정하고 긴축모드로 돌아선 후,

이제 기본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수입을 은행 대출을 갚는 것에 올인하고 있다.

아마 지나온 YOLO의 생활을 추억하며 남은 40대는 빨리 대출금을 말끔히 갚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아마도 특별한 저축은커녕 대출통장에서 대출금 줄어드는 걸 보는 것이

40대 후반의 소소한 낙이 되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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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며 크게 지르고 산 지난 YOLO의 삶도 아니었지만,

팍팍했던 삶에서 여유를 찾고 싶었던 30대의 기억이 크게 후회되거나 자부심을 느낄 만했다기보다

그저 현재를 살아가고 그 시기를 관통하며 살아 낸 담담한 자국만이 남은 것 같다.

고작 아파트 대출금 갚는 게 목표가 된 것이 이제와 부끄러운 고백일 수도 있겠지만

목표를 끝내고 나면 다시 허리띠를 풀고 이제는 남은 인생 후회 없이 즐기겠다는 맘이 들지,

계속 알뜰히 또 다른 미래를 걱정하며 조율을 이어 나갈지 나로서도 궁금해진다.


하지만 바람이 있다면 아파트 평수 조금씩 늘리며 계속 줄지 않는 빚을 떠안는 일과는 이제 작별하고 싶다는 것.

최소한 어떤 빚이든 다시 마음을 짓누르는 부담을 갖고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글·그림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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