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거기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수저 하나를 들고
이 수저의 하루 이동 경로를 눈으로 훑어보았는데,
휙하고 1초도 안 걸린다.
수저통에서
식탁으로
개수대를 거쳐
건조대에 잠깐,
그리고 다시 수저통으로...
거기서 거기,
매일 주방 언저리를 떠나지 못하는 수저들의 단조로운 행동반경을 보라.
내 생활 반경이랄 것도
수저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슬며시 웃음이 났다.
언제 멀리 나갈 때 가방에 오래된 수저 하나 넣고 나가
세상 구경 좀 시켜 줄까나?
글·그림 반디울
https://www.instagram.com/bandi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