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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루시아 Jan 23. 2021

조명! 집의 눈? 집의 눈빛!

집짓기 12: 빛에 살고 빛으로 말하고

집 인테리어를 어느 정도 결정한 후 디자이너가 조명 시안을 보내줬다. 집 분위기를 만드는 여러 조명들을 주욱 보내 줬는데 난감했다. 평소 카페를 자주 가지도 않고 흔히 가는 명소들을 찾아다니지 않은 나는 일주일 동안 인터넷을 찾아 집에 어울릴 등을 검색해 봤다. 지금도 확신이 잘 들지 않지만 찾고 또 찾아 각 공간 등을 결정했다.


거실 등은 반은 성공, 반은 실패했다. 원래 가운데 있는 등으로 모두 하려 하였으나 공사 담당자가 어렵다 난색을 표하자 공사 중 검정 테두리의 정 사각 형광빛 LED 등으로 교체되었는데 매립형 둥근 LED 등으로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했다. 다음에 집을 한번 더 손볼 기회가 되면 사각 등을 떼어내고 원형 매립등을 사용하려 한다. 남편이 "천고가 높아 좋지만 저 밝은 등이 나가면 어떻게 전구를 바꾸냐!"며 내가 불을 켤 때마다 잔소리를 했더랬다. 전구를 갈아야 할 때가 되면 전구 가는 비용보다 비계(飛階) 설치비용이 더 많이 들것이란 의견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일 년은 잔소리를 하다 이제는 "갈 때가 되면 갈아야지." 하고 체념해서 내가 "등 갈 때를 기다려 다시 등을 세팅하겠다." 하니 "그래? 기대가 되네." 한다.  


거실 천장 조명과 실링팬, 창문이 크고 넓어 하늘이 훅 들어온다

3년 동안 드레스룸 전구와 집 외벽 전구 하나만 갈았다. 스스로 공대생에 가깝다 생각하는 남편과 올 3월이면 공대생이 되는 아들이 힘을 모아 전구를 갈았었다. 생각보다 매립형 등은 오래 쓰게 되니 처음 결정할 때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좋을 듯하다.  또한 천고가 높은 집을 짓는 분들은 공사기간 등이 맘에 들지 않으면 공사 일정이 하루 더 걸리거나 조명 교체 비용이 추가되어도 공사 기간 내에 조명을 바꾸시길 권한다. 집은 사는 공간이고 한번 눈에 거슬리면 계속 거슬리니 말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거실과 부엌의 길게 가며 간접등을 설치하여 공간을 더 길게 보이게 하고..

현관문을 지나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길게 거실과 부엌을 가는 동선에 천장 간접등이 있는데 생각보다 좋다. 간접등은 거실 천장 등을 켜지 않아도 충분한 조명 효과를 주어 내가 애용하는 등이다. 집 공간을 길게 보이는 효과도 주고 주로 다니는 동선이니 편리하다.

부엌에서 바라본 현관 중문
거실과 부엌의 접이식 문: 공간을 분리하기도 열기도 하며..

거실과 부엌의 공간은 때에 따라 분리하여 쓰기고 열어 쓰기도 한다. 주로 겨울 일층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을 때 접이식 문을 닫으면 참 아늑하다. 이런 쓰임새는 생각보다 좋은 듯하다. 거실의 높은 공간과 부엌의 낮은 공간은 같은 햇볕을 받아도 다른 색상으로 말한다는 것을 살아보니 알겠다. 천장이 낮으면 아늑하고 천장이 높으면 탁트이니 한 공간이지만 다양해서 좋다.  

식탁 위의 유리등: 놀러 온 친구들은 우주선 같다고
낮에는 지나가는 행인이 큰 창을 통해 보이고 차를 마시면 좋다...

식탁등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문 00 과장님이 추천한 것이 아닌 유리 등을 골라 보여드렸더니 생각보다 큰 식탁 등을 달아주셨다. 처음엔 조금 차가운가? 했지만 필라멘트 전구를 다니 색상이 따사로웠고 은은했다.  손님들이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온 저녁 이 조명을 켜고 와인 한잔 하면 적당히 어둡고 은은해 좋다. 와인 한잔 하기엔 좋은 조명이다.

부엌 아일랜드 위의 매립 포이트 조명

부엌 아일랜드 위의 매립 포인트 조명은 조도가 낮고 은은히 반짝거려 요즘 방학이라 일층에 있는 아들을 위해 주로 켜 놓는 조명이다. 살폿한 조명이고 따스한 색상이라 좋고 색상이 은은하고 덥지 않아 여름에 켜도 좋다. 붉은 계열 등은 여름엔 덥게 느껴져 사시사철을 사용할 매립등으로 천연 색상의 등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일층에서 이층에 올라가는 계단참에 달린 등이다. 문 00 디자이너님이 조금 더 고풍스러운 조명을 권했지만 심플한 것을 달고 싶다 했다. 그리고 그 공간이 기니 약간 긴 등이었으면 했더니 이 등을 추천해 주셨다.  너무 크지도 형태가 특이하지도 않아 좋은데 혹 다음 집을 지을 기회가 오면 조금 특이한 등을 달고 싶기도 하다. 유니크함이 넘쳐흐르는 공간도 좋은 듯하다. 요즘은.


이층 서재 등은 디자이너님이 추천한 부엌 식탁등을 사용했다. 6인용 오크 테이블과도 어울릴 불빛에 조명 갓 톤도 유사해 선택했다. 책장의 책 표지는 대체로 산만하다. 장서를 구매하면 일관성 있긴 하지만 남편과 나의 책 선택은 장서 보단 신간의 다양한 서적을 읽고 싶은데로 사는 취향이라 등과 테이블이 산만하거나 너무 튀는 톤을 배제했다. 책 표지의 다양한 색을 눌러줄 색을 바닥과 천장에 놓아 안정감을 주고 싶었다.

이층의 간접등을 켜면 은은한 느낌이 들어 좋다


서재에서 보이는 안방 문과 간접등
거실에서 보이는 서재
거실 부엌에서 보이는 서재

식탁에 앉아 있으면 늘 책들이 보인다. 다른 모든 곳은 화이트 톤이지만 서재는 다양한 색들로 넘치고 그 속의 이야기도 다양하니 좋다. 

외부 등의 모습: 처음 집을 짓고 찍었을 때의 모습
현관과 집 뒤편의 조명: 모두 따스한 색상의 등을 사용했다.

밤에도 집이 따스했으면 했다. 우리 집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집 불빛을 보고 따스함과 온화함을 느꼈으면 했다. 물론 내가 집에 돌아오는 저녁시간, 혹은 남편이 일을 끝내고 들어오는 그 잠깐의 시간 불빛만으로도 맘이 따스해지길 바랬다. 집 외벽 등은 문 00 과장님이 추천해 준 것을 선택했는데 참 무난한 것 같다. 처음 집을 짓고는 날마다 등을 환하게 켰는데 주변에 집이 한 채도 없어서 그랬다. 요즘 주변에 세 채나 집이 생기고 그분들이 돌아가며 저녁마다 불을 켜니 잠시 산책을 해도 마음이 따스해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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