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길을 나서며 오늘은 몇 킬로미터를 걷지? 한다. 며칠 걸으며 깨달은 것은 긴 길이던 짧은 길이던 만만한 길, 쉬운 길, 대충 걸을 길, 어렵기만 한 길, 좋기만 한 길은 없다는 것이다.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대로 모든 길엔 고비가 있고 쉼이 있고 휴식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어제 28km를 죽자고 걸으니 발에 천불이 났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죽은 듯 잠을 잤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 들뜬 상태로 자다 깨다를 반복했더랬다. 왜 걷는지, 길이 아름다운지, 자연이 얼마나 풍요로움을 주는지 등은 생각 밖의 것이었다. 아픔을 견디며 목적지에 한 발 한 발 나아갈 뿐이었기에 감동은 고사하고 고통에 그대로 노출된 순레 길이었다. 그럼에도 새벽에 눈을 뜨곤 잘 지나간 하루에 감사하고 아픔을 딛고도 잘 견뎌준 내 발에 감사했다. 고통도 언젠가는 다 지나갈 것이라는 내 믿음이 옳았다. 견딤도 순레 길의 과정이니 말이다. 아름답기만 한 순레 길이라면 과연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에 들어서겠는가? 스스로의 견딤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순례길의 한 과정이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가뿐한 몸으로 첫발을 디디며 생애 가장 오랜 걷기의 기록을 세운다 생각하니 스스로 대견했다. 한 발을 내 디딜 때마다 신기록 달성, 신기록 달성이 되니 말이다. 어제 혹독한 28km를 걷고 나니 오늘의 21km는 어영부영 목적지 알베르게에 당도할 듯했다. 이런 속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19km를 걸으니 끝도 없는 2km가 기다렸다.
순례길은 거리의 개념이 아니다. 마음의 개념도 아니다. 모든 하루가 만만하지 않은 새로움의 길이다. 길 위에 서 있으니 길의 연속이라 생각되지만 그 모든 길이 다 달라 다름을 배우는 하루하루다.
순례자들의 행렬 속에서 천천히 걸으며 같은 21km를 걷지만 모두가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배운다. 숨 쉬는 장소, 바라본 시선, 내딛는 발걸음, 생각의 방향, 마음의 자리, 끌림의 공간이 모두 다르므로 그 누구도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순례자에게 허락된 시간은 순례자의 느림에 의해서만, 순례자의 머무름에 의해서만, 순례자의 여유에 의해서만 길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더해줌을 알게 되었다. 이 길에서 오래 머무르고 싶고 많은 것을 간직하고자 하는 순례자라면 고통을 감내하고 느림을 향유해야 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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