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아디야 델 카미노 Boadillia del Camino ~ 카리온 데 로스 콘데스 Carrion de los Condes ( 26km )
2. 알베르게: ESPIRITU SANTO(수도원 알베르게)
새벽에 길을 나서 카스티야 운하를 만났다. 깊게 파인 운하에 물이 가득했다. 태양이 솟아올랐고 물은 반짝였다. 비슷한 듯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운하가 끝나는 곳 작은 마을에서 가벼운 아침식사를 한 후 20km 직선 길을 걸었다. 끝없이 펼쳐진 밀밭과 건초 밭이 오늘의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직선도로 옆 순례자의 길.. 야트마한 구릉을 지나서도 길은 처음 같았다. 한낮에 접어드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뜨거운 태양빛과는 어울리지 않는 찬바람이 챙이 넓은 모자를 흔들었다.펄럭이는 모자를 귀에 바짝 당겨 놓으니 바람이 귓가를 스쳐며 소리를 냈다. 순간 놀랐다. 바람소리가 수많은 순례자들의 소식을 전해주는 듯해서 말이다.
가도 가도 같은 길처럼 보이는 긴 길을 걸으며 속삭이는 바람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옛 순례자들의 소리와 지금 같이 걷고 있는 순례자들의 속삭임이 바람 속에 섞여 들리는 듯했으니 말이다. 성 야고보 성인의 숨소리와 수많은 이름 모를 순례자들의 숨소리와밀밭이 이리저리 밀리던 소리들이 지구를 몇억 바퀴 돌아 지금의 순례자들 귓가에 울리는 것은 아닌지 했다.
둥근 하늘 아래 살고 있는 우리! 우리들의 숨은 늘 바람에 실려 이름 모를 대양을 떠돌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니 과거 순례를 돌던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이 지금 내 곁을 스치는 것이 무슨 큰일일까? 오늘도 순례자들은 생장을 넘으며 거친 숨을 토해내고 부르고스를 지나며 명상의 세계로 들어서는 숨을 쉴 것이니 찬 바람이 그 모든 숨을 담아 내 귓가에 전해주지 않으리란 법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