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리온 데 로스콘데스 Carrion de los Condes ~ 테라디요스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27km )
2. 알베르게: JAQUES DEMOLAY(사설 알베르게)
등 뒤로 뜨는 햇볕을 맞으며 로마시대에 건설된 길을 걸었다. 로마인들이 스페인의 금을 로마로 가져가려 탄탄한 길을 만들었다니 착취의 길을 걷는 샘이다. 먼 역사에 만들어진 탐욕의 길을 순례자들이 밟고 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로마인들은 후대에 전 세계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이 길을 한 구간으로 활용할 줄 알았겠는가? 역사의 명암이다. 마차로 금을 옮겨가야 했으니 길은 탄탄했고 오늘도 온전한 모습으로 순례자의 발을 맞이하고 있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6km를 제외하고 로마인들이 만든 직선 흙길 11km를 걸었다.직선 길은 편리하다. 이리저리 돌 필요가 없으니 편리한 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걷는 길로 직선 길은 인내가 필요하다.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하는 가에 따라 길이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는 것을 배운 하루이기도 하다. 가도 가도 그 길이 그 길 같으니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듯 지루함이 밀려왔다.
걷다 보면 걸음의 속도를 느낀다. 걸음의 속도란 상대적이어서 나를 스치고 지나간 순례자는 빠른 걸음의 순례자이고, 나보다 앞서 걷기는 하나 그 거리가 줄지 않으면 나와 같은 속도의순례자이고, 앞서 걷고 있는 순례자지만 내가 스쳐 지나가면 나 보다 느린 순례자이다. 속도는 늘 상대적이다. 그러나 걸음의 속도는 나 중심의 속도다. 긴 순례길에서 걸음의 속도를 누가 결정하겠는가?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수많은 순례자들은 자기 속도로 걷지만 늘 상대 속도에 노출된다. 특히나 지루한 직선 길에선 1km 앞도 보이니 나의 속도가 눈으로 확인된다.
눈으로 보이는 속도는 속임수처럼 내 걸음에 조급함을 불러일으킨다. 걸음의 속도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을 알면서도 빠르게 걸어 빨리 숙소에, 목적지에 도달 하고픈 생각이 달려온다. 걸음의 속도보다 생각의 속도가 빠를 때 마음의 동요가 생김을, 순례길과 순례길 주변의 자연이 소외됨을 깨달았다
길 위의 순례자는 걸음의 속도만큼 생각의 속도를 갖고, 딱 그만큼 자연과 대지를 온 마음으로 누릴 마음의 속도를 갖게됨을, 걸음과 생각과 마음이 일치할 때 진정 길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음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