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라디요스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베르치아노스 델 카미노 Bercianos del Camino( 23km )
2. 알베르게: ALBERGUE LA PERALA(사설 알베르게)
천천히 걷기로 작정을 해서 그럴까? 아침 공기가 좋고 굽어진 길도 좋다. 여유롭게 걸었다. 첫 번째 카페를 향해가고 있을 때였다. 젊은 목소리가 들렸다. 세명의 한국 젊은 이가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나를 스쳐 지나갔다. 어제저녁 알베르게 식당에서 메뉴를 묻던 아이들이었기에 반갑구나 인사를 했는데 쌩 하고 지나갔다.
여자 둘에 남자 하나!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누구를 탓하겠나? 싶었다. 어른인 우리가 키운 아이들이다. 국적이 다른 사람도 까미노 길에서는 가볍게 인사를 하거늘... 어른을 외면하고 싶게 만든 게 그 아이들만의 책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쉬엄쉬엄 걷고 잠깐씩 쉬며 걸었다. 사진도 찍고 사방을 둘러보며 살랑살랑 걸었다. 가을바람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가는 길에 사하군 마을을 들러 유적을 둘러보고 가만히 앉아 오래된 건물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찾아봄직한 마을이었다. 마실 나온 것처럼 걸었다.
핸드폰에 저장된 노래를 들으며 10km를 걸었다. 발은 여전히 아프고 무거웠지만 노래 탬포에 맞춰 걸었다. 몸이 적응하기 시작한 것인지 알베르게에 도착하여서도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처음으로 빨래를 했다. 10분 동안 서서 빨래를 했다. 놀라운 일이다. 언제나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침대에 눞기 바빴으니 말이다. 몸이 긴 길에 적응하는가 보다.
발에게 감사하다. 쨍한 햇볕에 감사하다. 무사히 까미노의 절반이 지나가서 감사하다. 견디어 낸다 생각했지만 길이 내 발을 받아주고 내 마음을 받아주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