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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루시아 May 14. 2022

26/40-꽃길만 걸어요-산티아고 순례길

철 십자가를 지나서:2022.5.13.

1. 폰체바돈 Foncebadon ~폰페라다 Ponferrada ( 26km )

2. 알베르게:  ALBERGUE GUIANA(사설 알베르게)



마을을 벗어나니 꽃길이다.

안개가 거치는 모습을 보며 꽃길을 걷다니!

아침 햇살이 아름답고 꽃들이 반짝인다.


2km를 걸으니 철 십자가다.  

내가 당도했을 때는

철 십자가에 햇볕이 들었다.

지나가는 순례자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소원을 비는 모습이 아름답지만 애처로왔다.

소원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비는 것 아닌가?


십자가를 바라보며 감사했다. 무사히 걷고 있어서, 여전히 걷고 싶어서 말이다.


한 몇 킬로만 꽃길이겠거니? 했는데 계속 꽃길이다.

산 구릉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들이 신기하다. 하얀, 노랑, 진분홍, 남보라 꽃들!


저마다 쑤욱쑤욱 자라고 있다.  온 산이 꽃이고 모든 길이 꽃이다.

20km를 꽃길만 걸었다. 사방이 꽃이어서 놀랬고 꽃 이름이 궁금했지만 지나쳤다. 순례자 아닌가?


남은 길이 6km!  인도와 아스팔트 길은 6km인데도 지루했다. 힘들어서 혼났다.

목이 마르고 어깨가 처지고 발걸음이 더뎌졌다. 발바닥이 불덩이이기도 했지만

길의 지루함이 다리를 잡아당기는 듯했다.

모든 길에 시작이 있듯 끝이 있음을 알면서도 맘속에서는 짜증이 났다.

한껏 짜증이 올라오니 알베르게다. 참내.... 원래 인생이 이렇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오늘을 회상하면 난 꽃길만 생각할 것이다. 마지막 6km가 너무 힘들었지만 애당초 꽃길만 있었던 듯 아름다운 길을 회상할 게다. 원래 인생이란 그런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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