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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루시아 May 16. 2022

28/40-새벽어둠을 뚫고-산티아고 순례길

산행이라더니:2022.5.15.

1. 비야프랑카 Villatranca del Bierzo ~ 오 세브레이로 O   Cebreiro ( 29km )

2. 알베르게:  XUNTA(공립 알베르게)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5시

준비를 마치고 오 세브레이로 출발했다

갈리시아 지방으로 진입하는 마지막 힘든 코스라며

인솔자는 잔뜩 겁을 줬더랬다.


한국 산행을 생각한 !

20km를 걸어가 7km를 한국 산행처럼 걷는다 생각하니 각오가 절로 다져졌다.

다섯 개의 작은 마을을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두 개의 마을은 카페조차 열지 않은 일요일 새벽....

어둠이 내려앉은 작은 마을을 지나며 그들의 이른 아침이 평온하기를 바랐다.


19km를 지나 작은 마을 하나를 지나니 산행길로 접어들었다.


소똥이 듬성듬성 있는 2미터 정도의 돌길을 걸으며 이 산에 소가 어떻게 올라오나? 했는데 한 시간 가량 르다 한 무리의 소떼를 만났다. 흰 말을 탄 소 주인!  소를 모는 세 마리 점박이 개! 열댓 마리 순한 눈의 소! 소를 모는 개뛰어오더니 귀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소에게 길을 양보하며 한옆으로 비켜서 있으니 흰색과 검정이 적당히 섞인 개가 내 옆으로 와서는 지나가는 소와 나를 번갈아봤다. 예쁜 갈색 소 무리를 만나니 똥의 주인이 이들이었구나 싶었다. 잠시 서서 소들이 편안하게 내려가게 서 었다. 소똥을 피하면서, 소똥 냄새가 진하다며 툴툴대며 올라왔는데 막상 소를 만나니 반가웠다. 소가 길을 걷는 모습이 좋았다. 소도 반갑고 개도 반가웠다.


산 정상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골짜기가 깊었다.

그렇지만 한국의 아주 평범한 산행과 비교하면 가벼운 수준이다.

계룡산이나 모악산을 생각하면 산책 수준이다.

그럼에도 인솔자의 힘든 코스라는 말에 동의하는 이유는


20km 걷고 나서 오르는 산행이기에

소도 걷는 길이라면 한국의 산 마니아들은 그걸 산이라 하겠나? 하겠지만


여긴 스페인 갈라시아 지방 아닌가?

행이었다. 결의를 굳게 다졌는데 다행스럽게도 다 올라왔으니 말이다.


산 꼭대기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에 줄을 서서 오늘 묶을 자리를 확정했다.

젊은 여자 공무원이 일일이 여권을 체크하고 크레덴샬에 도장을 찍는 모습이 진지했다.


오늘 하루 고생한 내 몸을 쉬게 할 곳..

옆자리와 이층 침대 위 자리는 프랑스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시끄럽기가 예사롭지 않다.

서로들 웃고 떠드니라 정신없는 60대들의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다.

인솔자가 한컷 겁을 줬지만 모두들 무사하게 당도하고

모두들 행복해했으니 말이다

행복은 그러고 보면 참 별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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