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은 여행

미국 PCR 검사와 디즈니랜드

코로나-19 시국에 미국 여행 9: 자유의 대가?

by 정루시아

여행 마감 이틀 전 미국 LA PCR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했다. 탑승 48시간 전 PCR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만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으니 딸과 나는 검사 당일 마음을 졸였다. 2주 내내 마스크는 필수에 겨울철에도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던 내가 손소독제를 수시로 발랐으니 말이다. LA에 도착 후 검사를 예약(10시)해 놨지만 사람이 많을까 걱정하여 9시에 보건소에 도착했다.


눈이 의심스러웠다. 정말 이곳이 검사 장소란 말인가? 간이 천막에 세 사람이 책상 앞에서 검사를 하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한 사람이 별도의 채취를 했다. 열댓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느슨한 대처와 검사하는 사람의 고생스러움으로 딸과 눈이 마주치고는 "아이고야. 헐!" 했다. 천막과 떨어진 별도 책상 앞에는 한국 2~3세로 보이는 의료인이 한국인에게는 한국어로 안내하며 검사 키트를 개봉해 시료 채취를 했다.


그 당시 미국에선 30분 정도 걸리는 현장 간이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지만 탑승객들은 유전자 증폭 검사인 PCR을 해야만 하니 당연 검사비도 다르고 서류도 달랐는데 안내하는 학생은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천막 옆쪽 줄을 서라 안내해 줬다. 학생이 건네준 서류를 작성하며 뭔가 이상해 사무실에 문의하니 다른 양식을 주고 여권을 카피하고 별도 책상 앞에 줄을 서야 한다 알려줬다. 직원에게 여권 복사를 부탁하니 복사한 여권 종이를 사무실에 그냥 놓길래 내가 복사본과 여권을 주셔야 하지 않냐 하니 잠시 멍한 눈빛으로 있다 복사본과 여권을 챙겨줬다. 일처리의 무성의함이 놀라웠다.


나처럼 여행을 온 한 무리의 한국 분들이 우왕좌왕하길래 볼펜을 건네드리며 여권 카피를 하고 출국용 서류양식을 받아 작성하고 별도 책상 앞의 줄을 서서 검사를 기다리면 된다 알려드리니 알겠다며 음성이 나와야 하는데 별일은 없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분들도 "아휴 여긴 안내도 그렇고 장소도 그렇고 정신없네" 했다.


한국에서 검사를 받아본 나로서는 비교 아닌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 체계적인 설명과 의료진의 보호 등을 말이다. 의료진은 그냥 마스크만 쓰고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검사 키트를 정리한 후에는 검사비용 결제를 하러 세네 걸음 떨어져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 카드를 긁어오길 반복했다. 우리 같으면 선결제를 하고 코드가 붙여진 검사 키트를 스스로 챙겨갈 것인데 말이다. 의료인의 작업이 너무 수고스러워 보였지만 그들은 성실했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온순했다. 시간 소요와 불편을 감내하는 사람들! 기반시설이 형편없었지만 사람들의 인내는 선진국이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서서 기다리다 검사를 한 후 검사결과지를 출국 하루 전 출력할 수 있냐 물어보니 어려울 것 같다며 메일로 나온 검사 결과지를 알아서 출력해야 한단다. 딸과 아들에게 현지 어느 곳에서 출력 가능한지 찾아보라 하니 우체국이나 expedia등에서 출력 서비스를 한다기에 검사 결과가 음성이기만을 기다렸다. 검사를 하고 다시 숙소에 가니 딸이 몸이 편치 않다며 집에서 쉬겠다 했다. 설사도 하고 열도 난다면서 말이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여행의 피로를 몸으로 말하는 듯했다.


야외 검사 테이블과 간단한 여권 복사와 검사비 처리를 위한 사무실

출국 하루 전 오전 7시에 음성 확인 메일이 뜨니 전날 몸이 불편하다며 혹여 코로나인가? 했던 딸이 벌떡 일어나 디즈니랜드에 가겠다며 화장을 했다. 전날만 해도 혹 코로나면 어떻게 하냐며 미리 구매한 디즈니랜드 입장표를 취소할 수 있는지 알아보던 딸이었다. 음성이라니 눈이 빛났다. 디즈니랜드 가는 길에 익스페디아 사무실에 들러 음성 확인서를 출력하러 아이들이 사무실에 들어갔고 나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30분이 지났지만 나오질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나? 할 때 아이들이 싱겁게 웃으며 나왔다. "어휴 엄마 엄청 느려요. 두장 출력하는데" 딸이 툴툴거리며 말했고 이미 적응한 아들은 "원래 그래. 여긴 한국이 아니잖아 누나" 했다. 딸의 맘은 이미 디즈니랜드에 간 듯했다. 그 느긋한 딸이 답답하다니 말이다.


2015년 가족이 함께 LA에 왔을 때 디즈니랜드가 아닌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했을까? 동화 속 마을이 모여있는 디즈니랜드를 딸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말이다. 그 당시 일정은 남편의 몫이었고 난 동화 속 마을에 관심이 없었으니... 함께 살아도 잘 알지 못하는 게 가족이기도 하다. 가족이란 함께 산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인데 부모는 어린 자녀를 자기 기준으로 바라보니 일정을 짜며 딸과 아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한다. 여러 장 소를 아이들이 찾아보고 가고 싶은 곳을 선정하라고 했어야 하는데..... 돌이킬 수 없지만 이번 여행 세부 일정은 딸에게 맡기길 잘했다 싶었다.


딸은 디즈니랜드에 입성하니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었다. 전날 저녁과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딸이 기운이 없으련만 생기가 돌았다. 조잘조잘 디즈니랜드에 대한 이야기로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미소로 디즈니랜드를 거닐었다. 유명한 곳은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놀이기구를 타고 관람할 수 있었다. 우린 30~40분 정도만 기다리는 곳에서 구경을 했다. 나는 다 성장한 아이들과 이곳에 서 있지만 내 아이들은 어린 자녀를 손에 잡고 이곳을 거닐지 않을까 상상했다. 딸은 아이들이 걸을 수 있으면 디즈니랜드 호텔에 자리를 틀고 한 며칠 놀다 가면 좋을 듯하다 하고 아들은 싱글거릴 뿐이었다. 두 아이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안고 혹은 손을 잡고 이곳을 거닐 것을 상상하니 흐뭇했다. 자식을 낳을지 안 낳을지도 모르는데... 상상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어차피 디즈니랜드는 상상의 공간 아닌가? 곰과 꿀벌이 대화를 하는 곳인데 내가 이 정도 상상도 못 하겠는가?

디즈니랜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한 나로선 소소한 볼거리가 있는 놀이동산이구나? 정도였는데 흥미를 끈 곳은 스타워즈의 공간이었다.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스타워즈의 한 곳인 것 같은 모습과 실제 공화국 병사들이 총을 들고 보초를 서고 총을 쏘는 연출은 유치했지만 재미났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니 딸이 뭐 좀 먹자 하여 커피와 음료, 빵을 주문해 먹으며 아이들이 어려서 왔다면 정말 더 좋아했겠지 싶었다. 나는 이미 늦었지만 딸과 아들은 스스로들 잘 알아서 챙겨 살길 바랄 뿐이다. 두 아이는 나처럼 듬성듬성하지 말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많이 묻고,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시간을 보내길 말이다. 그럼에도 감사하다. 늦었지만 두 아이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곰돌이 푸 집도 들어가 보고 인디언 마을도 밀림의 세계에도 들어가 봤으니 말이다.

디즈니 랜드를 나서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미국인들의 자유스러움과 쌓아놓은 부와 그들의 상상을 말이다. 오미크론이 이미 백만 명 이상 확진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인들은 일상을 누렸다. 산자들은 자유를 누리고 병약한 자들은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자유는 질병이든 정치상황이든 피의 대가를 지불하며 성장함을 동심의 세계에서 느끼다니 아니러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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