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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루시아 Aug 05. 2022

우유 파스타

아들이 내려준 냉커피

날이 덥다.. 매미가 아침부터 울고 햇볕이 쨍쨍하다. 멀리 작은 흰구름이 얇은 실에 고정된 듯 두둥실 떠 있다. 열기가 가득한 아침! 오전부터 피부에 땀이 촉촉하다.


그제 저녁 아들이 간단하게 저녁을 사 먹자길래 "김밥과 떡볶이가 어떠니?" 하니 "김밥 좋아요" 하며 자리를 떨고 일어났다. 주문한 김밥을 포장해 온다며 길을 나서는 아들에게 우유 한 팩을 사 와 달라 하니 "우유요? 마시게요?"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우유를 사 먹지 않은지가 몇 년이 됐으니 아들이 의외란 듯 묻는 게 당연했다."우유 파스타를 해보게.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우유로 파스타를 하더라. 쉬워 보여서 나도 해보려고", "언제요? 이 더위예요?" 아들이 가능이나 할까 싶다는 듯 묻기에 "내일 점심에 해줄게" 했다.


여름방학이면 집에서 최대한 옷을 가볍게 입고 작업한다. 에어컨 바람을 쐬면 몸이 아프니 말이다.  오전에 작업을 하고 점심때 이층 서재에서 일층 거실에 내려가니 뜨겁고 습한 공기가 달려왔다.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할 작정으로 파스타 면을 한 움큼 꺼냈다. 


늦잠을 자는 아들을 깨웠다. 이제 십여 일 후면 시카고로 갈 아들! 볼을 쓰다듬으며 언제 이리 컸나 싶다. 밤톨 같은 얼굴이 이리 건장한 성인 얼굴로 변했다니... 아직도 아들을 깨울 때면 볼에 뽀뽀를 한다. 아직까지 아들이 싫다 하지 않으니 말이다. 미래의 어느 날 아들이 눈을 크게 뜨고 "왜 이러세요" 하면 하고 싶어도 못할 일이지 않은가?  "우유 파스타를 할 터이니 이제 일어나 씻어라" 하니 아들이 실눈을 뜨고는 "점심에 정말 하시려고요?" 했다. 


찬 우유 1리터를 웍에 모두 쏟아붓고 파스타 면을 끓였다. 마늘, 후추, 소금, 멸치액젓, 청양고추를 넣고 끓이다 우유가 보글보글 끓어 새우, 오징어, 화이트 와인을 듬뿍 넣었다. 면이 익으면 끝이다. 김치를 내놓고 전날 밤 당직 후라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면이 익어갈 때 치즈와 올리브 오일을 듬뿍 넣고 휘휘 섞어주고 간을 보니 딱 좋았다. 멸치액젓은 정말 깔끔한 맛을 내는 데 그만이다. 


그릇에 플레이팅하고 식탁에 앉으니 남편과 아들이 덥다며 에어컨을 켤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스불로 신나게 요리를 했는데 집안의 더운 공기가 뜨거운 공기로 변하지 않았겠는가? "지금 켜도 별 효과가 없으니 그냥 먹지... 이열치열이라고..." 등줄기의 땀을 느끼며 내가 말하니 남편과 아들이 동의했다.  


맛나게 우유 스파게티를 먹었다. 우유와 치즈 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지고 새우와 오징어 해산물이 깔끔하게 멸치액젓과 조화를 이뤘다. 청양고추가 칼칼하게 맛을 돋우니 느끼함 없는 완벽한 우유 파스타였다. 남편과 아들이 스파게티를 먹으며 함박 웃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들이 드립 커피를 내려 냉커피를 만들었다. 


거실에 앉아 천장에 매달린 실링팬이 불어다 주는 바람을 맞으며 냉커피를 마셨다. 너무 시원했다. 셋이 커피를 마시며 더위를 잠시 잊고 있을 때 거실 밖은 쨍쨍했다. 모두 더웠지만 모두 시원했다. 


뜨겁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원한 마음으로 다가간 우유 파스타! 남극 펭귄도 좋아할 듯 차갑지만 뜨겁게 다가온 아이스커피! 몸의 뜨거움과 마음의 시원함이 공존하는 팔월의 점심!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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