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은 여행

똥 냄새

몽골 여행 셋째 날: 흡수골로 이동하며

by 정루시아

아침 일찍, 호텔에서 준비한 샌드위치를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흡수골로 이동하는 여정.


공항 안에는 몇 팀의 한국 여행객들이 눈에 띄었고,
이곳이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아침은 토마토 주스 한 잔이면 충분했지만,
샌드위치를 하나도 남김없이 먹었다.


왜 그랬을까?


국내선 비행기에서 내릴 즈음,
속이 거북했다.


포장도로로 한 시간 이동한 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비포장도로로 한 시간 반을 더 달렸다.


중간에 전통 게르에 들러
말젖으로 만든 술과 치즈를 맛보았다.

낯선 냄새가 코를 찔렀고,
속은 더더욱 불편해졌다.


그리고,
문제의 화장실.


게르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판자와 양철 지붕으로 만들어진 화장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이미 좋지 않던 속이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자

똥 냄새가 덮쳤다.
그 냄새에 참고 있던 위가 360도로 뒤집히는 듯했다.


깊게 파 놓은 구덩이 위로
긴 나무판자 두 장이 받침을 이루고 있었는데,
발을 잘못 디디면 빠질 것 같은 아찔함에 더해
몽골인들의 대범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참았던 토악질이 치밀어 올라왔다.

급히 몸을 돌려 문을 닫는데,
밖에 서 있던 몽골 여성 가이드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의 내 얼굴은 냄새에 일그러졌고,
토악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었다.


속이 안 좋아 생긴 일인데,
혹시 가이드가 오해하지는 않았을까?
그들의 화장실을 혐오하는 걸로 비치진 않았을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르에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에게
이런 친환경 화장실은 가장 실용적인 방식임이 분명하다.
인분이 어느 정도 쌓이면 흙으로 덮고
다른 곳에 다시 구덩이를 파면 그만이고,
많은 인원이 사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집도 접었다 펼쳤다 하는 상태인데 굳이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만도

여행객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말도, 소도, 야크도
길을 지나며 똥을 싸고 오줌을 싸는 곳.
사람이라고 안될까?

사람 만나기가 너무도 어려운 몽골 초원에서 말이다.


모아놓았기에 똥 냄새가 심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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