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덕에 하이패스로 통과한 줄 알아!

딸의 시간 9

by 정루시아


금요일, 딸이 모처럼 집에 온다 하여 기말시험이 끝난 고2 아들을 차에 태우고 딸을 픽업하러 익산역에 왔다. “누나 짐 좀 가져오지 그러니?”하니, 아들은 “그럴까요?” 하며 슬금슬금 나가 역사 안으로 사라졌다. 10분이 지났을까? 아들이 딸 캐리어를 끌고 둘이 소곤소곤 대화하며 오는 모습이 백미러로 보였다. 두 아이는 반가움의 미소가 입가에 가득하고 남매만의 가까운 듯 예의 섞인 태도가 몽글몽글 피어났다. 어려서부터 조간 조간 말도 많이 하고 서로 정보교환을 잘하는 아이들이라 좋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아들의 팍팍함을 잘 아는 딸은 앞좌석에 자리를 잡으며, “고생이 많네, 그래도 시간은 잘 가.” 하니 뒷좌석에 앉은 아들은 말없이 웃는다. 딸은 내친김에 “최소한 넌 앉아서 공부만 하지, 난 그림 그리느라 머리와 몸을 함께 써서 정말 힘들었다.”며, “야, 일 년만 죽었다 생각해~”하곤 나를 바라봤다.


딸이 “저 왔어요. 엄마!” 하며 “아빠는요? 집에 계셔요? 아님 근무요?” 하기에 "낮 근무라 저녁 식사에 볼 수 있지."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딸이 결혼을 앞둔 차에 브런치 글에 저 태어난 육아 내용이 있으니 동생과 얘기를 정리하곤 내게 말했다.


“엄마, 브런치 글 올리는데 좀 찡했어요. 수술해서 낳느라, 모유 수유하느라 고생하고, 그림 그리려는데 그렇더라고요. 여하간 고생하셨어요.”한다. 아들은 브런치 글을 읽지 않으니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고, 딸은 결혼계획을 세우고 있던지라 남일 같지 않은 아이 낳기, 아이 키우기에 관심을 보이며, “모유 수유가 아프고 힘들어요?”하며 물었다. “그럼 안 아프고 거저 되는 게 어디 있니? 수술해서 몸이 힘들었지만 모유 수유를 위해 아빠랑, 외할머니가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과 마시지를 많이 해서 풀어줬지?”하니 아들도 “뭘 풀어요?” 하곤 궁금해했다.


"아이를 가지면 가슴은 아기 식량을 만들기 위해 유선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는데, 그 길을 잘 터놔야 축적해둔 모유가 잘 나오거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빠는 힘이 얼마나 있겠니? 모유가 잘 나오도록 미리 마사지를 해 두는 게지! 무엇보다도 아기가 잘 빨아야 하지~”했다. 아들이 운전하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백미러로 보였다. “네 누나가 고생했지, 누나가 엄청 성실하잖니, 5일 넘게 엄마젖을 못 먹었는데도 조치원 할머니 집에 도착하고선 젖을 열심히 먹더라고, 뭐 먹는 게 있나? 싶었지만”옆에 앉은 딸이 웃으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빨았겠죠. 먹고 살려고!”하니 아들은 헤벌죽 웃었다.


내가 딸에게 “여하간 네가 한쪽 젖을 다 먹고 계속 먹겠다고 쩝쩝대서 다른 쪽을 먹여놓으면 트림하다 몽땅 토해서 치우는 것도 일이지만 다시 모유가 돌려면 시간이 걸려서 고생 많았다.” 하니, 딸은 “내가 식탐이 그리 많지 않은데, 왜 그랬데요.”하며 셋이 크게 웃었다.


아들이 “저는요?” 하기에 “너는 누나가 고생해서 그런지 모유 수유가 쉬웠지.”했다. 딸이 고개를 돌리곤 동생에게 한마디 던졌다.


“넌! 내 덕에 하이패스로 통과한 줄 알아!”


아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웃고, 딸은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세웠다. 하이패스라니!


둘 다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이지만 탄생 이야기, 모유수유 이야기, 목욕 이야기, 여행 이야기를 하면 두 아이는 저도 모르게 갓난아이처럼 해맑은 눈 미소와 입 미소를 머금는다.


행복! 참~ 별거 아니다.

얘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소소한 추억 나눔,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뿌리 같은 믿음,

바람이 불어와도,

늘 각자 흔들려도,

시간과 추억과 사랑으로 연결된

가족이란 몸통이 있음을

잊지 않는 마음이 있어!

참~ 행복! 별거 아니다.


"내 덕에 하이패스로 통과한 줄 알라니!" 기가 막히지만 '참~~ 행복한 소리다.'

너희들이 풍족한 내 모유 덕에 부족함 없이 먹었지만

그 시절 잘 먹는 너희들 덕에 나 또한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젖을 물고 까만 눈동자로 나와 눈을 맞추던

두 아이의 눈빛과 젖냄새가

하이패스를 통과하듯 가슴속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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