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너는 혹 다섯째 아이가 아니니?

by 정루시아

KakaoTalk_20200218_202951083.jpg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민음사

몇 년 전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읽은 것이 말이다. 주인공 부부의 이름이나 다섯째 아이의 이름이나 세세한 어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늘 불행한 사건, 억울한 죽음, 희한한 소문들을 들으면 다섯째 아이가 생각났다.


나의 두 아이가 사춘기에 들지 않을 시점에 이 책을 집에 들여 읽고는 감사했다.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못난 게 없는 아이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순수한 영혼과 해맑은 미소를 갖고 있는 아이를 볼 수 있음에, 나도 모르게 마음의 머리를 신께 조아렸다.


다섯째 아이는, 그 얇고 작은 책은 내 거실 한 켠 책꽂이에 꽂혀, 늘 나의 뒤통수를 따라다녔음을, 나와 나의 아이를 바라보고 있음을 안다.


대학에서 젊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정작 학생을 마주하고 다섯째 아이를 떠올리는 일은 없었으나 배웠다 하는, 지식인이라 하는, 교수들 속에서 '지식의 칼을 휘두르는 다섯째 아이'를 만나고, 모습을 달리 한 수많은 다섯째 아이를 연일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치의 칼을 휘두르는 다섯째 아이, 자본을 칼날을 휘두르는 다섯째 아이, 종교를 권력화한 다섯째 아이, 사랑이란 옷 속에 칼을 숨기고 있는 다섯째 아이를 말이다.


늘 묻는다. 나 자신에게, 너는 혹 다섯째 아이가 아니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