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서도 돈을 벌고 싶었다. 그래서 재택 근무를 찾아 봤다. 방송xx에서 유해 정보 모니터 요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논술문을 냈고 운 좋게 6개월 계약을 했다.
인터넷 방송을 보면서 법에 위반되거나 혐오감 등을 조성하는 언어, 행동을 모니터했다. 주 대상은 벗방과 맞방이었다.
벗방 여성 BJ들은 반전라 혹은 속옷 차림으로 여러가지 미션을 했다. 미션은 노래, 춤부터 가슴 노출, 상황극(카메라를 상체에 고정하고 자위하기) 등 종류가 참 다양했다. 시청자들은 여성 BJ들의 미션 수행을 위해 돈을 지불했다. 그리고 자극적인 채팅을 하면서 벗방을 즐겼다.
사실 나는 벗방이 불편했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유두를 빠는 여성 BJ를 보면서 말리고 싶었다. 또 유두를 짜서 모유가 나온다는 여성 BJ에게는 유선염일 수 있으니 산부인과 진료를 권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모니터 요원이라 채팅에 참여할 수 없었다.
여성 BJ들의 벗방 미션보다 채팅창이 가관이었다. 가슴이 작으면 작다고, 가슴이 크면 크다고, 피부가 까만 편이면 까맣다고 조롱하고 야유했다. 또 너를 강간하고 싶다는 등의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채팅은 웬만해서는 심의에 오르지 않았다.
여성의 가슴 노출은 법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성기 노출은 불가였다. 팬티를 잡아 당겨서 성기 윤곽을 드러내는 행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판단은 상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여성 BJ들이 방송 정지를 각오하고 팬티를 최대한 잡아당겨 사타구니 선을 보일 때마다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나는 MTF 트랜스젠더의 방송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시청자들은 계속 그녀에게 남자 목소리 내기, 수술 부위 확인을 요청했다. 그녀는 계속 웃고 있었지만 나는 방송의 잔인함에 치가 떨렸다.
맞방은 폭력의 수위가 매우 높았다. 유두에 꽂은 집게 잡아 당기기, 엉덩이에 집게 무수히 많이 꽂기, 다리 보호대 차고 가격하기, 도구를 이용해 뺨 혹은 급소 때리기 등. 그 방송을 시청하는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벗방을 보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집에서 방송을 하는 BJ들도 꽤 있었지만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하는 BJ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벗방 카르텔을 다룬 방송을 통해 벗방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BJ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회사와의 계약, 회사의 협박때문에 스스로에게 성폭력을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BJ들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마음이 아팠지만 방법이 없었다. 일단 그들은 법을 어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벗방을 하는 BJ들의 성비율은 여성이 월등히 높았다. 회장님과 오빠를 외치며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성적 욕구를 채워줬다. 성방을 하는 남성 BJ들은 여성 게스트를 초대해 키스와 애무를 했다. 그 대가 역시 시청자들이 돈으로 치렀다.
벗방 BJ들은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겹겹의 모습을 지체없이 벗어 던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성방 BJ들의 이른바 팬이면서 적이기도 했다. 방송을 녹화해 BJ들의 동의 없이 각종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모양이었다. 성방 BJ들이 화면에 불법 녹화, 방송 불법 유포 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자막을 고정해 두는 것을 말이다.
나는 벗방, 맞방 BJ들 자체에 대한 편견은 없었다. 그들 역시 나럼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몸으로 하거나 혹은 아니거나, 그 단순한 차이일 뿐.
하지만 교묘하게 법을 피하면서 쉬워빠진 성 문화를 조성하는 방송 내용에 대한 규제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벗방, 맞방 BJ들을 막 대하는 인간들에 대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