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모르겠다

아무렇게나 그렇지만 그래도 #2

by 정말로 Jung told

나는 늘 아무 이유 없이 무작정 무언가를 시작했던 걸까.

무작정 쓰고 있는 지금의 나처럼 나의 어떠한 것의 시작도 무작정이었던 건지 모르겠다 싶다.


"모르겠다"는 말은 진짜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과 사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모르겠다" 생각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처음의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흐릿해지면 흐릿해질수록 나는 더 "모르겠다"


며칠 전 다섯 살 먹은 어떤 꼬마 아이가 서툰 말끝마다 "글쎄..."라는 감탄사를 붙여가며 말하는 게 꽤나 귀엽게 들렸다.

"글쎄.. 맛없는 것 같은데", "글쎄.. 이렇게 하면 혼날 것 같은데", "글쎄... 그네를 타고 싶은 것 같은데"

혀 짧은 소리로 옹알거리며 "글쎄"라고 말할 때마다 볼을 꼬옥 꼬집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글쎄'는 남의 물음이나 요구에 대하여 분명하지 않은 태도를 나타낼 때 쓰는 말이란다.

그 조그마한 아이가 뜻을 알고 쓰는 건 아닐 테고, 누군가의 뉘앙스나 분위기를 느끼며 비슷하게 아무렇게나 붙여 말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글쎄'의 뜻까지 곱씹어 보니 요즘 누구보다 분명하지 않은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은 나니까 나야말로 "글쎄... 이대로 살아가는 게 괜찮은 지 모르겠네"라고 말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꼭 무언가를 분명히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잠시 모르겠다고 묻어두고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되는 날도 오겠지.

피하는 건 나쁜 게 아니라 필요한 건 아닐까.


일단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질문들을 모두 내려놓고 모든 생각에서 도망쳐보자.

"글쎄... 이제는 정말 나도 잘 모르겠다. 되는대로, 흘러가는 데로 살아가다 보면 살아져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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