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섬타로}가 나 자신에게 보내는 다섯 번째 편지
늘 과거를 돌아보는 사람이었다. 과거의 나는. 과거를 더 잘 보냈더라면 곰곰 돌이켜보고 고민해 보며 오늘을 보냈다. 돌아보니 그 습관은 내가 살아내야 할 가장 중요한 현재라는 시간으로부터의 도피이자 외면이었다. 과거로 회피하는 습관은 달달하고 맛있는 음식으로의 집착으로 이어졌다. 걸핏하면 배가 고팠다. 식사 때라는 핑계로 배고프지 않아도 한껏 먹었다. 몸무게의 변화가 크게 없었으므로 건강한 몸을 믿고 마구 먹어댔다. 가끔 체하면서도 뭐가 잘못된 건지 몰랐다. 운동은 급한 일에 밀리거나 언제나 내일로 미뤄졌다. 피곤한 날은 먹자마자 잠들기도 했다. 식곤증도 만성피로도 늘 있어왔던 거라 대수롭지 않았다. 이 패턴들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이제야 생각해 보게 되었다.
타로는 내게 삶의 비밀을 전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타로로 읽을 수 있는 원리는 어떤 카드든 질문자의 현재 상태를, 선택한 카드가 고스란히 반영해서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들여다보면 누군가의 삶은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고, 누군가에겐 여행이자 모험이고, 누군가에겐 고요한 연못가에서 보내는 하루 같기도 할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와 드라마의 시작은 일상의 평화를 깨고 삶을 휘저을 만큼 놀라운 사건과 머리를 쥐어뜯는 고민의 형태로 나타난다. 내겐 그 시작점이 늘 건강했던 몸의 이상인 것 같다. 최근에야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 해 동안 건강검진 시 공복혈당만 재고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부랴부랴 고지혈증과 당뇨에 대해 공부해 보면서 내 삶의 패턴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그랬다. 편한 대로 해오던 모든 것이 문제였구나. 먹는 일은 마냥 축복이 아니었다. 움직일 만큼만 먹어야 했다. 먹은 만큼 움직이거나. 둘 다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이제는 나 스스로 돌봐야 했다. 내 몸이 그동안 내게 보낸 사인들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건 내 탓이니까.
스스로 만들어낸 패턴의 단단한 세상에서 난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이 내일의 내 모습을 결정짓는다. 스스로 만들어낸 단단한 이 패턴을 깨지 않고 나의 현재와 미래가 달라질 수는 없다. 이 패턴에 만족하고 안주한다면 죽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모습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삶은 단 한 가지도 그냥 생겨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글이 이전의 나와 삶을 반영하는 현재이듯, 이 글은 내 과거가 되어 내일의 나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언제든 돌아볼 수 있는 타임머신이 된다. 내 몸 또한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구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펼쳐진 타로카드와 같다. 특정한 모습의 미래를 간절히 원한다면 지금의 내가 할 일은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충격과 실패, 강제종결의 비보가 전해지기 전에,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버릴 습관은 철저히 버리고 이전의 나와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날이 시작되므로. 그래서? 그래서! 좋은 재료로 된 단순한 음식을 먹고 나면 20분 이상 무조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걷기로 했다. 세상엔 멋지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이 그들만의 글을 쓰듯이, 난 나의 글을 내 멋대로 써보겠단 결심을 했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은 내가 써야지. 내 직관, 내가 살아온 과거의 경험의 진정성을 붙들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지. 오늘 펼친 타로가 내일의 나를 단단하게 한다. 어제의 나보다 좀 더 현명한 나를 만든다.
* 숲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