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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섬타로 May 29. 2024

욕심내지 마, 네 몫은 딱 절반이니까

{숲섬타로} 열여덟 번째 상담일지


  고객상담 일을 하시는 손님이었다. 가라앉고 풀이 죽은 목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는 말들이 꼭 나 자신에게 하던 말처럼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오후에 상담했던 고객님이 표정도 안 좋고, 기분도 좋지 않아 보여 많이 신경 쓰인다고 걱정을 하셨다. 카드상으로 보니, 손님 G님은 새로운 마음을 다잡고 맡은 프로젝트였는데, 실제보다 훨씬 부족한 점만 보이고, 상황이 안 좋다고 인식하는 상태였다.




  그동안 G님께서 고객님께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신 줄 고객님도 이미 알고 계시네요. 고객님의 상황 역시 환경적인 부분, 본인의 역량 모두 풍요롭고 충분한데, 스스로 많은 것들을 해내려고 하시기 때문에 갖는 책임감, 부담감이 상당히 커요. 어찌 보면 그렇게 힘든 상황이라 고객님의 시야가 굉장히 좁아져 있어요. G님께서 아무리 좋은 걸 많이 주셔도 받으시는 분의 마음이 활짝 열려 있지 않으면 그것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밖에요. 이렇게 고객상담 하시는 분들이 잘못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 혼자의 힘으로는 고객님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거나 변화시킬 수 없어요. 내 이야기를 듣는 그분들의 몫이 반 이상이잖아요.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그 절반의 기회를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지요. G님은 강인하고 인내심도 강한 분이세요. 그런 분이 고객님이 우울하고 힘든 건 내 탓이다며,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면 다른 일할 에너지조차 지킬 수 없을 거예요. G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누가 해도 더 잘할 수 없을 만큼이요.

 나랑 잘 맞는 고객이다가도 다음번에 아닐 수 있듯이 이렇게 오늘 나랑 안 맞았어도 다음번에 기분 좋으시면 더 좋은 고객이 되실 수도 있어요. 다음 만남을 미리 먼저 준비해 보세요.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공부해 보시고,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 때 선배나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하는지도 살펴보시고요. 내가 무얼 해줄 수 있을지 미리 준비해 두셨다가, 다음에 같은 상황이 되면 "아, 이 시간을 정말 기다려왔다" 하는 마음으로 고객님을 만나보세요. G님의 능력도, 자신감도 부쩍 상승될 거예요. 고객에 대한 두려움이 내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는 순간, 내 인식과 내 운명도 완전히 바뀔 거예요. 

- {숲섬타로}의 상담일지 中

 


  어떤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기는 원리는 단순하다. 나 자신이 가해자라고 믿는 순간, 나 자신이 저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라고 믿는 순간, 두 상황이 맞물릴 때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들은 쌍방과실일 경우가 많다. 또한 완전한 가해자도 완전한 피해자의 문제만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상황과 오해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언제나 나만 손해 봐, 역시 내가 문제야 라고 생각하는 의식 속엔 잘못된 자기 이해가 있다. 난 가해자일 수도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나 자신이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지나치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주는 부정적인 에너지, 욕이나 비난을 나 자신의 것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우리에겐 그것을 거절할 권리, 툭툭 털어버릴 권리가 있다. 특히 잘못한 일에 대해 곱씹고 미안해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소심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문제는 평소 나의 태도에 대해 인식을 깨뜨리고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옳다.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G님과 나는 고객 상담의 어려움에 대해 잠시 대화를 나눴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 때문에 울고 웃는다. 2,30대 나 역시 고객들의 큰소리에 주눅이 들고 자책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안다.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지고 모두 내가 해내려고 할 필요는 없다. 난 내가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 된다. G님이 더 크고 넓은 마음을 지닌 상담사가 되실 거라 확신한다. 




* 숲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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