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카메라를 메고 다니며 잠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아직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싸이월드가 유행하기 전에. 사람보다는 그림자나 구석에 핀 꽃과 이끼들, 혼자 다른 식물이나 죽어가는 나무들, 양쪽이 다른 색으로 켜진, 등지고 선 두 가로등, 금이 간 벽이나 건물이나 자동차의 특이한 일부분, 빈 공중전화 박스, 비 오는 도로의 웅덩이에 비친 불빛 등을 찍고 다녔다. 유일하게 사람의 모습을 찍을 때가 있었는데, 그건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에 집중하며 막 사진을 찍으려 하거나 찍고 있는 인물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늘 아름답게 느껴졌다. 위대한 사진을 찍는 순간, 사진가들의 모습을 찍어 모은 사진전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 것들이 좋았다. 그림 그리는 이의 물감 묻은 얼룩덜룩한 손, 물감이 튄 앞치마나 신발, 매일 사용하고 연습해서 생긴 사물에 남은 흔적과 표정들, 혼자서도 연습에 집중하는, 그래서 세상 모든 걸 잊어버린 음악 하는 이들, 손가락에 남은 굳은살, 서로에게 빠진 연인들, 노는데 정신 팔린 아이들, 요리에 몰두하는 사람의 바쁜 손과 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이들의 표정, 책을 읽는 사람들. 좋아해서 또는 해야 할 일이기에, 선택한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
춤이나 발레, 공연을 볼 때 쉽게 행복해지는 건, 그 움직임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몰입하는 사람과 그의 움직임을 보는 건 가장 손쉽게 행복해지는 일이다. 물론 몰입하고 있는 당사자가 가장 행복할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사진 찍는 이들을 찍고 다니던 시절의 내 표정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큼은 저들처럼 환했을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가 펜을 쥐고 무엇인가 쓰고 있는 사진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글만 보며 상상해 왔던 몰입하는 한 존재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는 기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