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트랙 / 신해욱 詩. : '이러한 열림. 이러한 섞임'
오늘 저는 당신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이 시는 당신이 사랑하는 음악 한 곡을 들으며 감상해 주시기 바랍니다(참고로 시에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장면이 있어 피아노 연주곡을 권하지만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듣고 계신 음악에 따라 시를 읽는 속도, 내 시선이 이동하는 속도, '눈덩이가 굴러오는 속도, 난로가 타오르는 느낌과 나무의 흔들림'이 달라지는 점에 주목해 보세요. 시인이 이끄는 대로 하늘을 보고, '남은 사람'을 보고, 피아노 앞에 엎드려도 보고, 눈덩이를 보고, 나무를 보러 가 보세요. 평소보다 느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나에게 읽어주세요.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당신에게 시가 말을 겁니다.
백인백색의 시 감상이 나올 것 같아 어쩐지 설렙니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읽으시면 좋을 시여서 나눕니다. (실은 모든 시가 이렇게 천천히 읽어야만 제대로 느껴집니다) 당신의 감상을 코멘트로 나눠주신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습니다.
저는 Natus의 <City In The Sky>라는 곡을 들었습니다. 당신만의 '사운드트랙'이 뭐였는지 알려주셔도 좋겠습니다.
오늘은 당신 생의 주인공이 되어 평온하고도 벅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신해욱
눈이 그치고 하늘은 맑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나무는 크다. 나무 옆에는 웅덩이. 웅덩이의 살얼음을 밟는 소리는 즐겁고 눈덩이는 가파르게 굴러오고 얼얼한 미래의 집에는 남은 선율이. 남은 사람이
망가진 피아노에 엎드려 흐느낌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낮은 도. 또 낮은 도. 남은 옥타브에서. 활활 타는 난로에서. 때로는 예감. 때로는 반감. 때로는 소망. 음악은 무한.
----------------- 랑데부는 어땠어?*
눈이 그치고. 눈덩이가 굴러온다.
나무는 크고. 나무보다 더 큰 나무의 흔들림. 창문의 떨림. 조금 차가운 손으로. 이러한 열림. 이러한 섞임.
------ 어깨를 덮어줄 담요가 필요했어.*
안경에 김이 서린다. 맑은 콧물이 흐른다.
나는 단순해지려고 한다. 아름다워지려고 한다.
- <무족영원> 신해욱, 문학과지성 시인선 535 (2019)
* 옮긴이 주 : "랑데부는 어땠어?"와 "어깨를 덮어줄 담요가 필요했어" 두 문장은 시집 본문에서 이탤릭체이고, 오른쪽 정렬이다. 이 창에서 편집이 잘 되지 않아 임의로 띄어쓰기를 하고 볼드체로 옮겼음을 말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