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으로 사는 삶> 박정미
가장 훌륭했던 올해의 책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건 12월의 가장 마지막에 읽은 예상치 못한 책이었고, 도서관에서 12월의 희망도서로 신청해 빌려 읽은 책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소리 내어 N과 함께 읽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완성하기까지 무려 6년이 걸렸다는, 박정미 저자의 《0원으로 사는 삶》(들녘, 2022)이다.
《다정한 서술자》가 문학과 삶과 이야기에 대한 광활하고 담대한 정의를 내려주었다면, 이 책은 살아오며 내가 아주 조금씩 눈치채거나 알아차린 것들을, 그러나 혼란스럽고, 자주 함정에 빠지고, 답을 찾을 길 없고, 그래서 덮어두었던, 문제라고 느꼈던 수많은 의문들에 대해 고민만으로 끝낸 게 아니라, 스스로 뛰어들고 온몸으로 경험하며 길을 찾아낸 사람의 실감 나는 경험담, 일종의 여행기다. (난 좋은 책들은 죄다 여행기라고 느끼는 것 같다) 읽으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 용기와 대담함에, 그리고 질문과 답을 얻는 과정에서 무한히 확장되는 깊은 사유와 통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아침에 플래그를 붙여둔 문장들을 필사하다가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내가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5쪽. 이 책에는 '기적 같은 진리'와 '불편한 진실'이 함께 한다. 나는 여러분이 기적과 불편함 모두를 있는 그대로 마주해주었으면 좋겠다. 불편한 세계에 먼저 눈을 뜬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참된 세계, 기적의 진리 속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23쪽. (돈을 사용하지 않고) 어디서 잘 수 있을까?
(돈을 사용하지 않고)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돈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소비'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해결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돈'을 거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한 것-돈-충족]이라는 고리에서 '돈'을 없애고 [필요한 것-충족]의 직접적 해결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222쪽. "나는 사람이 믿을 만하다고 믿어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야. 사람을 믿지 않고서는 살아갈 방법이 도저히 없기 때문에 믿기로 한 거야."
243쪽. '레인보우 개더링'의 뿌리, '레인보우'라는 이름은 인디언 호비 부족의 예언에서 비롯했다.
"지구가 병들고 동물과 식물이 죽어갈 때, 모든 국가, 인종, 종교가 모인 다양한 색깔의 새로운 부족이 나타나 지구를 구할 것이다. 그들은 'The Warriors of the Rainbow', 무지개 전사다."
레인보우는 인디언이 추구하는 평화, 조화, 자유, 자연, 영성, 사랑, 연결의 가치를 지향한다. 이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형제다'라는 인디언의 신념과 같다.
- <0원으로 사는 삶> 박정미, 들녘 (2022)
이 책은 어느 날 직장에서 해고된 저자가 문득 "돈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갖고 돈 없이 살아보기를 실행해본 0원살이 프로젝트 보고서이다. 단순한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여정일 뿐인데, 우리 내면의 고통과 결핍, 채식과 기아의 문제, 지구의 갖가지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 불평등과 기아와 전쟁, 시스템과 국가의 문제,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가와 진정한 사랑에 대한 질문과 탐구로 이어진다.
왜 늘 고통받으며 살고 있을까 우리는. 그래서 원하는 일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시도해 보고,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고, 고민해보지만 결코 해결되지 않는 불안과 결핍을 가진 우리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기회를 주는 책이다. 언제나 생각과 생활에서 뺄 수 없는 '돈'이라는 존재를 (잠시라도) 지우고 나면, 진짜 필요한 것, 정말로 원하는 것, 내게 가장 절실한 것을 찾기가 수월해진다. 돈 없이 한 달, 아니 일주일이라도 살 수 있을까? 없을 것 같지만, 작은 의문으로 시작된 그녀의 프로젝트는 장장 2년이나 돈을 쓰지 않고 이어진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며. 이 책을 진심으로 여러 고민을 가진 채 고군분투 중인 새해를 맞을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