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디케가ㅡ오르페우스에게:> 마리나 이바노브나 츠베타예바
"키타라 반주 노래를 만들어낸 오르페우스가 그들(무사(뮤즈) 여신들 중 하나인 칼리오페와 아폴론)에게서 태어났는데, 그는 노래로써 돌들과 나무들도 움직였다. 그의 아내인 에우뤼디케가 뱀에 물려 죽자, 그는 그녀를 다시 데려오고자 하데스로 내려갔고, 그녀를 돌려보내도록 플루톤(하데스)을 설득했다. 플루톤은 그 일을 이루리라고 약속했다. 오르페우스가 자기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길을 가며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렇지만 그는 그 말을 따르지 않고 뒤돌아 자기 아내를 보았고, 그녀는 저승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ㅡ《그리스 신화》 아폴로도로스, 강대진 옮김. 민음사 (2005) 41쪽.
*
에우리디케가 ㅡ 오르페우스에게: 츠베타예바
덮개의 마지막 한 올까지 뜯어낸
이들에게 (입도 뺨도 없는 이들!…)
오, 하데스에게 내려가는 오르페우스는
분수를 모르는 것 아닐지?
지상의 마지막 고리까지 끊어낸
이들에게… 침상 중의 침상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거대한 거짓을 쌓은 이들,
안을 들여다보는 이들에게 ㅡ 만남은 칼날.
피의 장미꽃들로 ㅡ 값을 치르고
불멸을 재단할 널찍한 본本을
떠 왔어…
레테의 상류까지도
사랑했던 이여 ㅡ 내겐 평온이 필요해
망각의 평온… 이 망령의
집에서 ㅡ 살아 있는 네가 허깨비고 죽은 ㅡ
나는 살아 있으니까… 네게 할 말이 없어:
ㅡ"나를 잊고 떠나!"
넌 아무것도 못 해! 나도 끌려가지 않을 거야!
손이 없거든! 넘어진 척 입술을 덮치려 해도 입술이
없거든! ㅡ 여자의 정열이란 뱀에 물리면
불멸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끝나니까.
값을 치렀으니 ㅡ 나의 비명을 떠올려줘! ㅡ
마지막 광야의 값.
그러니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에게 다녀오지 않아도 돼
형제들은 자매들을 가만 놔두길 바라.
1923년 3월 23일
ㅡ《끝의 시》마리나 이바노브나 츠베타예바, 이종현 옮김. 읻다 (2020) 88~91쪽
*
시인 마리나 이바노브나 츠베타예바(1892~1941)는 31세에 이 시를 썼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불을 꺼뜨린 적 없는 사람 같다. 그녀의 시를 읽으며 문득 궁금해졌다. 왜 나는 당연하다는 듯 주어진 대로, 해야 한다고 믿는 대로, 모든 걸 순순하게 받아들였을까. 오르페우스의 마음이 무척 슬플 거라고만 생각해 보았지, 에우리디케의 마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신화 속에서 오르페우스와 플루톤(하데스)과의 대화로 운명이 결정되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던 에우리디케는 츠베타예바의 시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살아 있는 네가 허깨비고 죽은ㅡ / 나는 살아있으니까", 자신은 값을 치렀으니 순순히 끌려가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츠베타예바는 자신의 열정을 소중히 하고 시를 쓰는 일로 스스로를 지켰다. 나는 왜 반론이나 반박의 마음이 있어도 쉽게 덮어두거나 없는 척했을까, 대체 언제부터? 생각해보면 츠베타예바처럼 살아가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데, 이런 갇힌 나를 깨닫는 데만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에우리디케의 마음은 오르페우스의 마음과 분명 달랐을 거라는 상상, "형제들은 자매들을 가만히 놔두길 바라"라고 쓰는 확신, 그녀가 던지는 살아있는 의문과 질문들. 그게 지금도 타오르는 불을 가진 그녀들과 나의 다른 점이다. 나는 불이 번질까 언제나 물에 담가 소중한(소중하다고 믿는 것)들과 주위를 축축하게 적시는 사람, 불은 내 가슴과 자궁을 태우고 어쩌면 눈도 태우고 이제는 서서히 꺼져가는 것 같다. 아름다움은 그들 속에서 여전히 빛난다. 본연의 아름다움, 스스로 내면에서부터 빛나는 것들의 절박함, 그 빛을 가진 목소리에 언제나 홀리고 사로잡힌다. 내겐 거대한 쓰레기통과 망치 또는 도끼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