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디케의 마음 2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셀린 시아마

by Soopsum숲섬



밤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보았다.

오직 나만이 일방적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나 혼자만 당신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로 인해 한번 넓혀진 영토에는 유물이 생기고 씨앗은 뿌리를 내리며 땅과 그 위를 흐르는 구름조차 이름을 갖게 된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돌아보며 영원히 그 땅에서 살아가길 선택한다. 눈앞의 모든 것이 흩어지며 사라지더라도 시선만은 반드시 서로를 향해 있다.


아침에 에우리디케의 목소리로 노래한 시를 읽었는데, 저녁에 본 영화 속에서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의 사랑 이야기를 다시 만나 놀랐다. 수도 없이 많겠지, 세상에, 이토록, 이보다도, 비극적인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은 신에게 제의를 드리며 자신을 정화하는 의식이었다는 강연을 들었다. 목정원 작가는' 디오니소스 대축제에서 비극 속 인물에게 (감정) 이입한 뒤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남성의 일이었다'《모국어는 차라리 침묵》(91쪽)고 말한다. '도자기처럼 부서지기 쉬우면서 감히 '아니'라고 말하는 안티고네'(같은 책, 62쪽)처럼 용기 있는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나 경계를 넘어서고 위반하고 대항한다. 어딘가에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삶을 살았던 누군가가 반드시 있었고 문학만이 그들의 시간을 우리 앞에 생생하게 되살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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