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양파나 감자에 싹이 나면 못 먹는 줄 알고 다 도려내서 버렸다. 감자싹엔 솔라닌이라는 독성이 있어 잘못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키고 치사량을 넘기면 죽기도 한단다. 솔라닌은 감자나 가지 같은 식물이 스스로를 곤충이나 동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2차 대사산물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감자싹이 감자의 씨앗이고 땅에 심으면 감자꽃이 피고 감자가 열리는 작물이 된다는 사실을 요즘에야 자주 생각하고 이해한다. 마트에서 사서 먹던 수두룩한 잘 생긴 감자들과 내가 심은 감자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양파망을 뚫고 연한 대파 모양으로 올라온 푸릇푸릇한 양파싹을 잘라 살짝 볶아 먹기도 하고 계란찜에도 넣어 먹었다. 레시피 없이 맘대로 요리하기, 알던 걸 넘어서서 눈앞의 생명체의 존재를 온전하게 느끼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는 있지만, (물론 갈 길은 아직 멀었겠지만,) 순한 양파맛을 가진 처음 맛본 양파싹은 내게 새로운 기쁨을 준다. 저들 좋은 대로 싹이 돋아도 이제는 큰일 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