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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섬 정은영 Jan 04. 2023

하루



  매일 깨어있는 동안 세 시간마다 알람이 울리고 안약을 넣는다. 벌써 이 년이 넘었고 평생 해야 할 일이다. 덕분에 하루는 잘게 쪼개지고 길어진다. 다음 약을 넣기 위해 기다리는 오분이면 사소한 일 한두 가지를 후딱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일을 시작하거나 끝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설거지가 싫어 자리에서 일어서자마자 해버리는 것도 해결책이라고 만들어낸 습관이다. 오늘처럼 쓰기가 하기 싫을 땐 얼마큼 싫은지를 쓰다 보면 다시 좋아지기도 한다.



  *


 "타인의 언어는 결코,

  나의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홀로 밤을 읽지 않기로 한다."

  _《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사이하테 타히, 마음산책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아름다운 문장을 발견했다. 살아오면서 모아둔, 특히 이전에 필사해둔 문장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다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저들끼린 어쩐지 아는 사이일 것만 같고, 친하게 지낼 것만 같은데 그들을 찾을 길 없는 나만 외로운 것 같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를 조금씩 읽고 있는데, 꼭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기분이다. 새로 배운 단어와 마주칠 때의 기쁨처럼, 이곳저곳에서 아! 그게 이거였어, 이게 그거네, 하며 발견하게 되는데 학생 때는 전혀 몰랐던 재미다. 명화 속 벌거벗은 신들의 모습이 인간적이고도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무려 사십 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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