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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섬 정은영 Jan 07. 2023

잘 쓰는 일에 대해


  돈 쓰는 일이 시간을 아껴주는 일이라 믿어왔는데, 이제 보니 소비란,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가며 시간과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한 뒤 낡고 피로해진 시간의 파편을 긁어모아 나를 위로하고자 도로 사들이는 일이다. 돈 버느라 지친 나는 돈을 잘 쓰기 위해 더욱 지치고 만다. 마치 부자가 되기 위해 일하느라 망가져버린 몸을, 벌어들인 돈으로 치료하는데 다 쓰는 일과 같다. 차라리 그 돈을 벌지 않고 건강한 날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만을 필요한 만큼 만들며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책을 사는 일만큼은 책을 읽을 확실한 미래의 시간과 노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와 다짐이다. 타인의 고뇌, 갈등, 긴장된 낯선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주인공과 함께 고난을 겪으며 현실의 문제를 돌아보고 이겨낼 힘을 갖게 하는 일종의 미리살기 시뮬레이션이기에 내밀한 삶의 체험이 잘 끝났다면 한 권의 책을 저자와 함께 완성시킨 스스로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일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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