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제네시스:세상의 소금>을 보았다.
선명한 메시지를 가진 사진 위로, 액자에 비친 얼굴처럼 떠오르던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표정과 음성이 잊히지 않는다. 르완다, 말리, 탄자니아, 유고슬라비아, 쿠웨이트 등을 떠돌며 살가두가 본 세상의 모습은 생지옥 자체였다. 사진을 통해 보여준 전쟁, 기아, 학살의 현장에서 인간의 삶이란 지나치게 참혹해 눈뜨고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우느라 카메라를 내려놓는 순간이 너무나 많았다던 살가두. 결국 그는 절망하고 영혼에 크게 상처 입은 채 고향으로 돌아간다. 헐벗은 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숲은 되살아나고 깊어지는 숲과 함께 살가두는 치유되기 시작한다. 그는 다시 사진을 찍기로 한다. 환경오염을 고발하는 사진을 찍을 것인지 자연의 경이로움을 찍을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한다. 놀랍게도 지구의 46%가 여전히 천지가 창조되던 때의 모습 그대로라고 했다. 그는 지구 곳곳에 숨겨진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촬영했다. 그가 선택한 삶의 여정을 그가 찍은 사진과 세 사람(감독 빔 벤더스, 세바스치앙 살가두, 아들 훌리아노 살가두)의 나레이션을 통해 보여주는 참신한 진행 방식이 감탄스러웠다.
난 특정한 사건이나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동력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해 왔는데, 이 다큐를 보며 깨닫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가장 필수적인 요인은 따뜻함인 것 같다. 자연이 주는 온기, 인간과 동물, 식물에게서, 대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주고받는 온기 없이는 어떤 성장도 성찰도 있을 수 없다. 혐오하고 반목하고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의 영혼은 지금 심각한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중은 아닐까. 수분도 온기도 잃어가고 있기에 함께 할 사람들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소중한 터전마저 생각 없이 괴롭히고 파괴하고 있는 중은 아닌지. 좀비라는 존재가 왜 자꾸만 실제로 창궐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장 발장이 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순간처럼, 정용준 작가의 문장처럼 "밖에서 그를 보는 것이 아닌 그의 안에서 그의 눈동자로 타인과 세상을 보는 시점과 시각" (《소설 만세》 26쪽)을 가지고 늘 피사체를 향한 애정의 카메라를 들었던 살가두. 아버지인 그와 그의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살가두의 아들과 감독 빔 벤더스의, 영화 내내 느껴지던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자연 속의 바다사자와 고릴라조차 생명 자체로 존중하고, 그들의 이야기와 뉘앙스를 포착하기 위해 애쓰던 살가두의 노력이 감동스러웠다. 그가 없는 긴 시간을 보냈을 텐데도 언제나 그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부인과, 아버지의 사진 작업을 이해하고자 애쓰는 아들의 시선 또한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너무 큰 영화라 어쩔 줄 모르겠다. 한 번 더 봐야겠다.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 끔찍하고 참혹할지라도, 그 모든 장면을 온기를 가진 한 사람의 눈이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만은 잊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