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는 해였다. 사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딱히 마흔이란 나이도 실감 나지 않던 나에게 여러 가지의 불편과 귀찮음이 찾아와 잊지 말라고, 넌 이제 마흔이라 굳이 가르쳐주었다.
그 무렵부터였나 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먹는 날엔 소화가 잘되지 않았고,
퇴근길엔 어느 자리도 다 마다하고 집에 가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앞섰다.
멀리서도 잘 보이던 글자는 좀 더 앞으로 다가가 보아야 했으며,
누군가에게 이런 무기력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다가도 입을 열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 입을 다무는 수가 많아졌다.
익숙한 누군가의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았고, 아는 단어도 혀에서 맴돌아 내가 꼭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종종 느끼기도 했다.
미용실에 다녀온 지 한 달 조금 지났는데 또 흰머리가 보여 짜증이 났으며,
옷장 안엔 어느덧 예쁘고 꽉 끼는 옷은 사라진 지 오래. 몸을 감춰주는 편한 옷들만 걸려있었고,
불쑥불쑥 내 삶이 억울하고 화가 나 심장이 뜨끈뜨끈해져 그 열기가 목에서 두 뺨까지 타고 올라왔다.
그것들을 마음으로 느껴내야 하는 것.
마흔의 시작이었다.
사진/ 영화 '강변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