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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Sep 27. 2021

마흔, 부동산 앞에서 작아졌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후배는 부러운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았다. 아파트 분양을 받는 친구 부부를 봐도 부럽고 든든한 부모님을 둔 친구를 봐도 그랬다. 이해한다. 나 또한 그렇다. 돈 잘 버는 남편을 둔 친구를 보면 부럽고 든든한 시댁이나 친정이 있는 사람, 이젠 공부를 잘하는 집 아이를 봐도 부러우니까.


며칠 전 만난 후배가 자유로운 프리랜서로 월 700~800의 소득을 올리는 지인 이야기를 했다. 그녀가 몇 년 전 4억 초반에 산 아파트는 10억이 넘게 오르는 중이었고 늘 하고 다니는 것은 명품이었다.

후배가 그녀의 월수입을 특히 부러워했지만 난 이전부터 늘 말해왔다. 자영업은 늘 불안한 것이고 퇴직금도 4대 보험도 없으니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파트야 요즘 그 집만 오른 게 아니고 다 올랐는데 뭐, 하며 후배의 부러움에 찬물을 확 끼얹어 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후배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후배를 위로하는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난 조금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직장에 작가 일에 투잡까지 뛰는데도 변변찮은 월소득을 얻고 있으며, 다른 아파트들이 10억 클럽에 속속 가입하는 동안에도 우리 집만 오름가 느릿느릿하단 불평이 가슴 깊이에서부터 끓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후배를 위로하며 강조했던 '불안'과 '평균'은 결국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었다. 제길, 어리석기가 짝이 없었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메아리가 두 귀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소용없는 다짐을 또 한 번 하게 됐다. '이런 주제에 누굴 가르치냐?' 하는.


참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타인에겐 남을 부러워하지 말아라, 다 소용없다는 공자 같은 말을 해놓고 정작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이. 차라리 후배와 함께 '우와 좋겠다, 부럽다'를 연발했다면 그래도 솔직함 하나는 쳐줄만한 사람 이기라도 했을 텐데. 스스로에게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마흔의 나는 부러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눈치, 그리고 반성도 지니고 있었다. 대견하게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버려야 하는 것이 정말 많은데, 그것은 비단 젊을 때 입던 26 사이즈의 청바지뿐이 아닌 것 같다. 내 삶과 비교해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그 시각부터 버려야 한다. 남은 그저 남이고 나는 그저 나라는 걸. 누군가는 그렇게 사니 발전이 없다고도 하지만, 40년 넘게 애쓰며 살아온 결과, 치열하게 살아도 별 발전은 없었다.


부러워? 샘이 나?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아등바등해봤자 내 위장만 쓰릴뿐이다. 지금 그대로의 내 모습도 너무 훌륭하다. 험한 세상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이만큼 성장한 날 칭찬하자. 그러니 남보다 너 자신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라며, 마흔이 문득 깨달음 하나를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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