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재를 완결한 ‘마음의 소리’는 조석 작가의 엉뚱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웹툰이다. 이 작품은 웹툰뿐 아니라 만화와 시트콤으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기도 했는데 에피소드 하나가 ‘이기는 소비’에 민감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나타낸 적이 있어 재미있었다.
주인공 조석의 아버지 ‘조철왕’씨와 조석의 여자 친구 ‘애봉’이 아버지는 동네에서 자식들이 어렸을 적부터 이웃이었는데 어느 날 그 두 남성은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길을 가다 마주쳤다. 두 사람은 유모차에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며 평범했던 유모차는 그들이 마주칠 때마다 별의별 능력을 다 갖춘 유모차로 새롭게 개조가 된다.
그런데, 이런 유모차 신경전은 비단 웹툰 속 두 아빠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엄마들의 자존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유모차의 전쟁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한 대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유모차도 많지만, 엄마들에게 그것은 가방에 버금가는 자부심이 된 지 오래다. 우스갯소리로 아빠들에게 자동차 같은 존재가 엄마들의 유모차라고 한다. 고급 자동차 같은 유려한 디자인의 유모차를 밀고 가는 엄마를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 고개를 돌려 쳐다보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유모차가 아니다. 그녀 자신이 가진 부의 상징과 능력을 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좋은 유모차일수록 아이가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하지만 유모차의 안정성과 가격이 비례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 뉴스는 실험을 통해 허울뿐인 명품 유모차의 민낯을 보도한 적이 있다. 그리고 당신이 정말 합리적인 엄마 소비자라면 튼튼하고 가벼우며 안정성이 입증된 합리적인 가격의 유모차를 골라야 하지 않았을까?
이미지 출처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 846화 '사나이' 중 한 장면.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앞집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왔었다. 예쁜 엄마와 그런 엄마를 똑 닮은 공주 인형처럼 옷을 입은 딸이 두 명이었고 아빠 또한 훤칠하게 잘 생겼었다. 비주얼 가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런 그들의 이삿짐이 들어오는데 짐이 정말 많아 보였다. 한나절이면 끝날 이사가 오후가 되어도 끝나지를 않았고 어둑해질 무렵, 퇴근하던 아빠가 들어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
저 집은 애가 넷인가?
”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려 현관을 나서자, 새로 이사 온 앞집 짐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집 앞에 내놓은 명품 유모차가 두 대, 아이들 자전거가 네 대, 아빠의 고급 자전거 두 대, 아이들의 킥보드가 네 대. 아빠 말처럼 흡사 아이가 넷은 되는 집같이 보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그 집 엄마의 장신구도 모두 명품으로 화려했다. 그녀를 보며 나는 남편이 돈을 아주 잘 버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며 솔직히 조금 부러워했다.
좀 배워라, 배워
반면, 우리 윗집에는 아파트 입주할 때부터 살던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가끔 과일을 들고 내외가 번갈아 우리 집을 찾곤 했는데,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뛰는 것이 죄송하다는 이유였다. 우리 부모님은 괜찮으니 마음껏 뛰어놀게 하라며 한 번도 나무란 적이 없었는데도. 하루는 그 집 엄마가 고맙다며 또 과일을 들고 와 우리 아빠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고민 하나를 털어놓았다. 사실은 재테크 목적으로 사놓은 집이 필로티층(2층이지만 아래층이 없는 세대)이라 아이들이 너무 뛰니 그쪽으로 이사를 들어갈까 심각하게 생각 중이라는 것이었다. 아빠는 그런 염려면 이사 가지 않아도 괜찮다며 그녀를 다독이고는 집으로 들어오시며 젊은 사람이 재산을 일군 것이 대단하다는 말을 되풀이하셨다. 그리고는 나한테 좀 배우라고 잔소리도 덧붙이셨고.
예쁘게 차려입고 아이들의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살던 옆집 비주얼 부부는 결국 2년만 살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이사 가는 날, 엄마가 아이 엄마에게 어디로 가냐고 물었더니 제대로 대답을 못 하더란다. 하지만 가족 모두 단정하고 수수하게 차려입었던 윗집 부부는 비슷한 나이에 재테크까지 하는 그야말로 알짜 부부였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우리는 두 가지의 소비를 구별해야 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내가 더 잘났다고 이기기 위해 하는 소비는 사실 알고 보면, 확실히 진 ‘KO패’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쁜 건 옆집 여자가 이겼을지 몰라도, 돈에 있어서는 아마도 윗집 여자가 확실히 이긴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