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아는 메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이 있다. 그는 우리의 다양한 차원뿐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욕구를 찾아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출발하는 피라미드 모양의 이론은 위로 갈수록 안전, 사랑과 소속감, 자긍심, 자기실현의 단계에 이른다.
이중 자긍심의 욕구는 모든 사람이 존경받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평가받고, 또 세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원하는 욕구다.앞서, 유모차에 집착해 경쟁을 벌였던 만화 속 주인공 두 아빠와 유모차에 집착하는 대한민국 엄마들, 우리 앞집에 잠시 살았던 엄청난 육아용품 소유자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보여주기 식’의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가진 물건을 통해 자긍심을 얻으려는 행위에 연결된다. 고가의 물건들을 살 수 있는 나의 능력을 ‘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면 좋겠다는 것. 그 쓸모없는 자긍심은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소비를 부른다. 내 경제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사 입고 누가 보아도 비싸 보이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과소비를 하는 것은 나의 자긍심이 고장 났다는 것이다. 쓸모없는 소비로 인생을 채우고 남들에게 나의 진짜 능력이 아닌 카드 능력 자랑을 하는 고장 난 우리의 자긍심은 지금, 당장 쓰레기통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당신의 잘못은 아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자긍심이란 ‘자신에게 스스로 긍지를 가지는 마음’이다. 우리가 처음 자긍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주 오래전이었다. 두 돌 무렵 스스로 숟가락을 쥐고 티셔츠에 머리를 넣고 대소변을 가리는 간단한 생활적 작업을 통해 우리는 자긍심을 발달시켰다. 어른이 되기까지 우리는 많은 연습을 했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능력에 내가 갖는 신뢰감은 자긍심의 바탕이 된다.
만일, 어려서 내가 이러한 작업을 수행했을 때 부모의 적절한 칭찬과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나의 자긍심은 당연히 제대로 발달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그러니 이제까지 당신이 지나친 소비와 명품 구매로 자신의 자긍심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하더라도 당신을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그저 어려서 얻지 못한 나의 신뢰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비싼 물건을 사는 행동으로 보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인에게 왜곡된 자긍심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자긍심 이전을 생각하라
메슬로우의 이론에 따르면 욕구는 사람이 어떠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주 기본적인 욕구일수록 피라미드의 아래쪽을 채운다. 그리고 위쪽으로 올라가는 욕구일수록 복잡하다. 쉽게 말하자면 아랫부분을 차지한 욕구는 간단하고 기본적이며 육체적인 것에 반해, 상위에 올라가는 좁은 모양의 피라미드에 속한 욕구는, 보다 심리적이며 사회적이다.
자긍심을 느끼기 이전에 이 피라미드에서 우리가 느끼는 욕구는 생리적인 욕구에서부터 안전, 사랑의 욕구이다. 기본적으로 쇼핑이라는 것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충족이 되었을 것이다.
자긍심 바로 아래 위치한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가 채워져야 제대로 된 자긍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앞서 우리는 자긍심이 잘 발달되려면 양육자로부터 적절한 칭찬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함을 알았다. 어려서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자긍심이라 하더라도 성인이 되어 올바른 관계를 맺고 형성시킨다면 우리의 자긍심은 제 역할을 잘할 수가 있다. 하지만, 현재 쇼핑에 의지한 나의 자긍심은 바로 그 아래 단계에 있는 사랑과 소속감에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의 증거가 된다.
굿 플레이스- 사진 출처 NBC 홈페이지 캡쳐
충분한 사랑을 주고, 받고 있나요?
미국 드라마 ‘굿 플레이스’는 천국을 가장한 지옥에 떨어진 네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 중 큰 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타하니는 영국 귀족 가문의 둘째 딸이다.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의 비정상적 교육 때문에 언니와 무자비한 경쟁으로 상처 받았던 마음을 과시적인 고가의 명품 쇼핑과 스타와의 인맥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자신이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결과임을 깨닫고 평생 싸우고 미워하기만 했던 언니를 안아준다.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 데에는 ‘사랑’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사후세계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그녀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안아주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만일, 자신이 무분별한 쇼핑으로 통장을 거덜 내는 삶을 끊임없이 살고 있다면 한번 내 삶에 충분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이 나만의 안전지대가 되어 주었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현재 사귀고 있는 애인과 주고받는 사랑이 혹여 한쪽이 너무 크고 한쪽이 너무 작지는 않은지, 나의 삶을 전반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문제에 관해 말이다.
무언가 내가 받는 그 여러 종류의 사랑 중, 어딘가 불편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모양처럼 포근하지 않다면, 아마도 나의 자긍심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할 수가 있다. 당신은 부족한 사랑을 채우기 위해 아마도 쇼핑을 열심히 했을 수 있다. 고가의 물건과 명품을 사들이며 당신이 느꼈을 그 커다란 만족감 아래엔, 아마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아득히 깔려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제, 그 물건들을 치워 버려야 한다. 그리고 저 아래에 숨어있는 내 마음을 찾아 얘기해 주어야 한다. 내가 많이 사랑한다고, 내가 나를 많이 아낀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동안 살면서 소중했던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을 떠올려 내 가슴을 따스하게 채우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도 한 번 더 보고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이기려고 하는 쇼핑은 너무나 공허하다. 그것은 물건을 사는 순간 지는 것이다. 나를 위해 내가 꼭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닌, 남과 경쟁하며 나 자신을 남들에게 커 보이도록 각인시키려 하는 쇼핑은 공허하기 그지없다.
굳이, 쇼핑하지 않아도, 비싼 물건들로 내 가슴을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그 비싼 물건들을 사 모았던 당신 자신을 위로해 주며. 이제 그 말을 당신도 자신에게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