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카페에서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어느 할머님 한 분이 다가와 오늘이 며느리 생일이라 본인이 누군가에게 받으신 것처럼 케이크를 보내는 선물을 하고 싶으신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으니 도와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셨다. 싹싹한 우리 팀 막내가 냉큼 할머님의 핸드폰을 받아 도와 드렸으나 결과는 ‘할 수 없다’였다. 왜냐면 할머님은 현금만 가져오셔서 핸드폰에 카드 앱을 설치할 수도 없었으며(카드를 가져오셨어도 비밀번호를 아셨을까 싶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할머님을 보이스 피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핸드폰 소액 결제도 차단해 놓은 것이었다.
만일, 할머님이 인터넷과 스마트 폰에 능통한 분이었다면, 며느리의 생일뿐 아니라 동네 할머니나 손주의 생일에도 케이크를 선물하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에겐 아쉽게도 그런 능력이 발달하기엔 좀 늦어버렸다. 그런데 어쩐지 나는 그 할머니를 보며 어떻게 보면 소비의 측면에 있어서는 그게 조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한번 맛보시고 난 뒤 이것저것 사시다가 할머님도 나처럼 카드 값 폭탄을 맞으셨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우리가 흔히 하는 직구도 그렇다. 물론 요즘은 직구도 편하긴 하지만, 영어로 된 페이지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구매가 어렵거나 배송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안 자체가 두려워서 직구를 꺼리는 사람들도 아직 있는 이유는 ‘습관’이 되지 못한 불편함 때문이다. 정말 간절히 사고 싶은 물건이라면 그러한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살 수도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해외 구매보다는 국내 구매를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이제 우리를 현명한 소비자로 이끄는 ‘소비의 불편’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진출처 다음 연예 뉴스 텐아시아
연예인이지만 체크카드만 써요.
최근 SBS의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주목받았던 배우 박시은, 진태현 부부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평소 우리는 연예인이라고 하면 굉장히 화려한 삶을 살 것으로 추측하는데 그 부부는 아니었다. 특히 남편 진태현 배우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평소 돈을 쓰는 습관을 자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사고 싶은 것이 많은 편이라 돈 관리는 모두 아내에게 맡기고 신용카드도 없다고 했다. 카드는 체크카드 단 한 장만 사용하는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내에게 부탁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소비습관을 믿지 못했다. 사고 싶은 것이 많고 돈이 있으면 써버리는 자신의 습관을. 그래서 돈이 필요할 때마다 아내에게 부탁하는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체크카드를 쓰는 상당수의 사람이 그런 불편을 역으로 자신의 소비습관 차단에 이용한다. 일부러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거나, 필요할 때 불편하게 체크카드에 ‘충전’을 해 자신이 가진 것만 쓰면서 과소비를 막고 지름신의 강림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불편하게 먼 거리를 돌아 결제하느니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 내 소비습관에 문제가 있으니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는 이런 불편은 나를 위한 참 좋은 불편이라 생각한다.
소비의 고속도로를 탈출하세요.
편한 소비는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다. 앞서 이야기했던 베이커리 카페에서의 할머님은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지만, 흙길의 소비를 걷고 있다. 반면, 젊은 우리는 소비의 고속도로에서 편하고 빠르게 돈을 써버 린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재정적 상황이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소비의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흙길을 걸어볼 것을 권유한다. 불편을 겪으며 그간 자신이 고속도로에 버린 돈을 생각해 보라. 나처럼 말이다. 천천히 하는 소비 속에서 조금씩 습관들을 비워 나가다 보면 풀도 보이고 나무도 보일 것이다. 작은 동전 하나씩, 천 원 단위의 자잘한 그 돈들이 모여 몇 년이 되면 당신 호주머니에 당장 있지 않은 수십만 원의 돈이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