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앞 우리들
암 선고 후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대학병원 예약이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가고싶은 병원을 말하고
그 병원의 가장 빠른 예약 날짜를 받는다.
내 경우엔 한달 하고 하루 후가 그 날짜였다.
당시엔 참 길다고 느꼈는데
알고보니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 수준이더라.
암이란 병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암보험 권유에 그런 것 들어놓으면 암 걸리는 거 아냐? 하며 코웃음을 칠 정도로…)
젊은 사람일수록 빠르게 퍼진다.
빨리 치료해야 한다. 뭐 이런 건 상식으로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검사라도 빠르게 해놓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비교적 외곽의 대학병원에 전화를 돌렸고 그 중 거리가 가깝고 금방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 다음은 검사의 연속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시작으로
심전도, 폐기능 검사, 폐 X-ray, X선 가슴 검사, 유방 초음파,
CT, MRI, 전신 뼈스캔...
그리고 브라카(BRCA) 검사라는 것도 있는데
헐리웃 간지녀 안젤리나 졸리가 이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고 예방적으로 유방절제술을 시행하면서
많이 알려진 검사.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용감하고 과감한 결정인 듯...)
그냥 궁금해서 해보면 수백만원에 달한다던데 고위험군에게는 보험 적용이 된다.
(매달 나가는 피같은 건강보험료 이렇게 혜택을 봅니다...)
착한 가격(파격 세일! 약 9만 원!) 에 검사를 할 수 있다.
고위험군이란
- BRCA1/2 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가족
- 가족 내 유방암 또는 난소암 환자가 있는 유방암 환자
- 유방암과 함께 난소암 또는 췌장암이 진단된 경우
- 남성 유방암
- 양측성 유방암
- 만 60세 이하에 진단된 삼중음성 유방암
- 3등친 이내 친족 2명 이상 췌장암 환자가 있는 유방암 환자
그리고 나처럼
- 만 40세 이하에 진단된 유방암
요즘 어느 핫플을 가도 최고 연령인데
유방외과에서 30대 끝자락은 젊디젊은 나이.
엄마랑 병원을 갔을 때 내가 앞장서 의자에 앉으면
"어느 분이 환자세요?" 질문을 꽤 할 정도다.
CT와 전신 뼈스캔 같은 경우는 조직이 잘 보이도록 조영제를 주사하는데
그 주사바늘을 팔에 꽂는 것부터가 공포...
여러 검사를 하면서 잡지식이 늘어났다.
조영제를 주사한 후에는 초음파 검사가 불가하니 다른 날 다시 잡아서 병원을 또! 와야한다든지.
가슴 MRI를 찍을 때는 옆드려서 찍어야해서
(CT일 수도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
진단 후 그냥 멍하니 진짜 꼭 해야할 일만 하면서 살아서
글을 쓰는 지금은 진단 후 한 달 정도 된 시점. 그 동안 정말 많고많은 병원 투어를 했는데 그것도 압축적으로 적어볼 셈이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과 위로가 될까하는 마음으로...)
어떤 사람은 토하기도 했다든지...
그 검사 중엔 담당자분이 찍는 도중 너무 힘들면 버튼을 누르라고 손에 꼬옥 쥐어준다.
그리고 이 말도 덧붙인다. "하지만 오늘 못 찍으면 다시 예약 잡고 와야해요."
담당 교수님께 결과 듣기로 한 날 전의 검사날은 이 날이 마지막이다.
혹시라도 오늘 힘들다고 검사를 포기하면 결과 듣는 시기도 미뤄지는 것.
버텨야한다.
쥐어준 버튼은 살포시 내려놓고 이 답답한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전이 여부를 알아보는 전신뼈스캔은 조영제를 투여하고 3시간 후에 찍는데
물을 많이 마셔야해서 열심히 마시기 + 식사도 갈비탕으로 했던 나.
다행히 조영제 부작용은 없이 잘 넘어갔고.
그 외에도 다양한 검사를 하며 주사바늘을 자주 만났다.
(나중엔 양 팔에 주사 놓을 데가 없어 손등에도 꽂아가며)
그렇게 (1차) 검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