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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빌런에는 성별이 없다.

레이디, 제발 팀 스포츠 하세요!

by 정민킴

성장을 갈망하던 중, 서울에 있는 한 팀을 만났다.

그 팀은 규모가 크고 전통 있는 곳이었다.

특히 선수 출신이 많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팀을 옮기기로 결심했고,

많이 사랑하던 친구들과도 작별했다.


새 팀에서 나는 그야말로 새싹 그 자체였다.

늘 식스맨, 그러니까 주전 선수가 아닌 후보 선수였다.


자연스레 주눅이 들었다.

그리고 그 주눅에는 '일등 공신'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를 집요하게 괴롭히던 한 나르시시스트.


이제 그 사람을 ‘나르’라고 부르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연습 게임 중-

나르: 야!! 쏘지 마! 쏘지 마!

(슛 성공)

나르: 아~ 다행이다!


-대회 중-

나르: 야! 넌 그냥 뛰지 마.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눈빛은 말했다.

'여긴 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


다른 사람들과는 웃으며 잘 지내던 나르는

내 인사만 유독받지 않았다. 무려 2년 동안.


그녀는 선수 출신이자

팀에서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존재였다.

나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참고 또 참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2년 차,

엠티 자리에서 용기 내어 둘만의 대화를 요청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솔직하게 말했다.


“언니 저 진짜 힘들어요. 매번 뭐라 하시니까..

자꾸 위축돼요.”


그러자 나르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수연이 믿고 나댈까 봐, 기 죽이려고 그랬어.”

여기서 ‘수연’은 나르와 같은 선출이자,
내가 의지하던 언니였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는 늘 기가 죽어 있었는데, 나댄다고?
성인이 되어 누군가의 기를 ‘일부러 죽인다’는 게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그날 이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요가도 등록했다.
(이너피스에 좋다.)


그래도 앞으로 잘 지내자며 말했고,

나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정말로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다음 만남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나를 무시했고

경기 중에는 욕설까지 퍼부었다.


그날의 대화가 나름 진심이었다고 믿었던 만큼,

더 허망했다.


그 후로는 그냥 참고 버텼다.
어차피 대화가 통할 상대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다 결국, 사라진 건 나르였다.

나르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왕성한 활동 중이다.


예전에는 이런 말을 듣고 웃어넘겼다.

‘누가 이유 없이 싫어하면 이유를 만들어주자.’

하지만 이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괴롭힘 당하는 선한 사람들은

절대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나를 함부로 대할 권리는 없다’는 걸

반드시 일깨워 줘야 한다.


나는 언제나 다정한 사람이고 싶다.

다정함은 위로를 주니까.

하지만, 나를 해하려는 이에게까지

다정할 필요는 없다.

그건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니까.


혹시 지금 누군가의 괴롭힘에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면,

기억하시길.


한 번의 무례함을 참으면 더 큰 무례함이 옵니다.

스스로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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