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오디션> 잡담 글
짧은 영화 잡담글_<오디션>
무서운 여자는 매력적이다.
왜 이 영화는 유독 충격의 후기들이 많을까. 그리고 많은 호평도 함께.
불쾌감을 유발하는 끔찍한 영상이나, 관객을 감정적으로 괴롭히는 영화는 나름 적지 않게 보아왔었다.
그 중에서도 이 영화는 나에게 어떤 충격을 가져다줄까? 그렇게 기대 속에서 봤던 <오디션>은 나를 강하게 매료시켰다.
백문이불여일견.
큰 내상을 입는 종류의 타격은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미지적인 충격이 꽤 많이 남았다. 지금부터 후술 하겠지만 말하겠지만 조금은... 변태적으로 남았다.
이 영화는 잔혹극이지만 처연하고 아름다운 영화다.
이 감독이 그 감독이었어?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
영화 <오디션>의 감독은 '미이케 다케시'다. 이름이 너무 익숙해서 필모를 봤더니 익숙한 이유가 있었다. 아니 이 감독의 작품들은 일관성도 없고 도저히 종잡을 수 조차 없다. 심지어 엄청난 다작인 데다가 그중에 꽤 히트를 쳤거나 국내에서도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작품들도 상당히 많이 보인다.
가장 놀라웠던 건 한국에서도 큰 붐을 일으켰던 학원액션물 <크로우즈 제로 1,2>의 감독이었다는 점. 대체 어떻게 한 사람의 감독이 <오디션> 같은 영화도 만들고, <크로우즈 제로> 같은 영화를 만들 수가 있는가. 수많은 다작의 발자취가 상당히 넓은 풀의 장르를 수용하고 있기에, 필모들을 살펴보며 몇 번이나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은 배우는 역시 여주인공인 '시이나 에이히'이다. <오디션>을 다 봤을 때 세상에 마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고? 이런 사람은 그냥 배우를 하라고 점지받은 피지컬기프트를 받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 배우는 <오디션>의 1등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궁금해서 필모를 보니, 아니 어릴 때 잠깐 보다가 꺼버린 <도쿄잔혹경찰>의 그 여경이었다니.
내가 영화 속 인물에게 직접적으로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던 케이스는 생각보다 많다. (뭐... 그만큼 매력적이었단 거지.....) 근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이 여자를 사랑하면 안 되는데, 왜 사랑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정말 미친 사랑.....
난 배우에게 중요한 덕목은 연기력도 있지만,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엄청난 희소가치가 있는 '마스크' (속칭 다라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이 '시이나 에이히' 배우의 탈은 정말 말이 안 된다. 이지적이면서 신비롭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 청초하고 순박해 보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상당히 도시적이고, 어딘가 섬뜩한 느낌까지, <오디션>이란 영화의 완벽한 히로인 그 자체였다.
감성돔은 태어날 때는 전부 수컷이래요.
15센티쯤 되었을 때 양성을 갖추고 암컷과 수컷이 구분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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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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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손질할 때 난소가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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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난 암수에 대해 잘 몰라서 말이야.
구조적인 면에서_
<오디션>이란 영화가 확실히 추구하는 연출의 방향성이 느껴진다. 폭풍의 '문제적' 시퀀스가 나타날 것을 다양한 후기들을 통해서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감독이 노린 초, 중, 후반 연출의 방향성을 더욱 첨예하게 느끼면서 봤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초반부는 '안정감' 그 자체다.
이 감독은 구도연출을 아주 좋아한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렇다. 영화 속에서 트랙킹 쇼트가 많이 없는 편이고 있다 해도 상당히 정적이고 완만하다. 카메라 무빙이나 아주 동적인 동선쇼트도 찾아보기 힘들다. 주로 고정된 쇼트배경 안에서 전적으로 인물만 움직이는 식의 Fixed 된 쇼트를 상당히 많이 쓰고, 아주 안정감 있는 180도 법칙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만약 초중반부 장면들을 쭈욱 어레인지 해놓고 인물들만 싹 지운다면, 그냥 사진감상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미동도 없는 배경사진의 연속일 것이다.
또한 카메라의 구도가 아주 깔끔한 구도분할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쇼트의 구도와 배치, 배경과 인물, 분할들을 볼 때도 영화영상을 공부하는 입문자들이 테크닉을 보기 아주 편안하다. 후반에 사건이 고조되면서 그 안정감을 의도적으로 깨트려가는데, 이는 쇼트구성 자체가 미장센이 되는 정석적인 테크닉이다. 이 또한 직관적이고 스킬풀 하다.
정갈하고 안정적인 구도는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역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 안정성과 대칭성이 깨질 때, 묘한 거슬림과 편집증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인물들의 심리묘사나 미장센자체가 주는 노골적인 시각적 미감이 꽤 직접적이기에 더 그러하다.
나 역시 묘하게 주인공을 관음 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동시에 어느샌가 스무스한 흐름 속에서 불안감을 읽고, 조금씩 뒤틀려가는 화면의 구도감에 집착하게 되었다. 이 또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음침함이 아닐까.
잘 모르겠어. 왜 그렇게 좋은 여자가 여주인공은 못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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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자는 불행하지 않으니까.
불행한 여자가 배우로서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거든.
내용적인 면에서_
영화의 시놉은 주인공이 아내와 사별하며 시작한다. 주인공은 아내와 사별 후 아들 한 명과 살고 있는 영화회사의 사장이다. 그럭저럭 적당히 지내던 와중 다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며 동종업계 사장친구와 함께 오디션을 열게 된다. 오디션의 구실은 영화제작을 위한 공식 오디션이었지만, 사실은 친구와 공모한 '신붓감 찾기' 오디션이다. 주인공은 오디션의 참가자 중 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한 여자에게 홀딱 반해버리며 엄청난 사건들을 겪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는 딱히 음습하거나 불길하지 않다. 심지어 오디션 장면은 다소 가볍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여주인공이 오디션장에 들어서는 순간 묘한 긴장감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쳐든다. 양말을 신고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양말바닥에 젖어드는 물기처럼 아주 서서하고 미미하게 올라오는 본능적 긴장감이다.
뭔가 범상치 않은 여주인공을 비추는 화면은 별다른 미장센 없이도 이상한 긴장감이 있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얼굴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카메라웍을 통해 굉장한 밀당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을 보여줄 듯 말 듯 밀당을 하는 오디션장의 첫 대면 시퀀스는 긴장한 주인공의 모습과 더불어 나까지 애타게 만들었다.
오디션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서 불균형의 현장이다. 서류를 넘겨가며 면접관은 일상적이거나 때론 무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해당 면접자에 대한 궁금증이 끝나면 '다음'을 외친다. 그 와중에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필사적이고 간절하다. 그 오디션장 특유의 필연적인 불편감과 치우친 균형감에 처음으로 미세한 균열을 내며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오디션'에서 까지는 여주인공이 권력관계에서 뭔가 열위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 조신하고 청초한 그녀는 의미심장한 아우라가 있다.
'오디션'을 시작으로 남자와 여자주인공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누군가 한쪽이 쩔쩔매는 듯한 비가시적인 권력관계가 오디션 시퀀스 이후부터 중후반까지 이어진다. 이는 꽤 담담하고 정갈하고 정적인 쇼트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어찌 보면 갑갑하고 편집증적인 느낌이었다.
여주인공의 '뭔가' 이상함은 정말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학습된다. 이 가랑비의 은근함으로 어느샌가 옷이 푹 젖어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소름 끼치는 점이다.
관객은 알 수 있다. 이 여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여주인공의 상태가 은근히 이상하다가 확 이상하다가가 계속 반복되는데 주인공은 여자한테 홀딱 반해 판단력이 흐려져있고, 러닝타임은 흘러가며 사건은 고조되어 간다. 몰입의 조건을 만들어놓고 극단으로 달려가는 이 영화의 내용구성은 재미없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리끼리끼링키링끼링
이 영화의 대표적인 명대사라면 사실 제일 유명한 게 '끼링끼링끼링끼링~~'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공포의 대사.
상술했듯 <오디션> 내내 유지되던 쇼트 상의 안정적인 구도감은 여주인공의 공포적인 면모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본격적으로 깨지기 시작한다. 심리나 상황의 불안정을 표현하는 화면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초반부의 촬영테크닉이 후반부에서 확 바뀐다는 것은 어찌 보면 곧 여주인공이 펼칠 화끈한 해체쇼를 예고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서프라이즈식 엔딩)
여주인공 또한 나름의 캐릭터빌드가 있다. 그녀가 광기의 얀데레가 된 이유는 사실 결론적으로 보면 광기의 연쇄일 뿐이다. '오디션장'이라는 일방향적이고 불균형한 환경에서 처음 얼굴을 내비친 그녀는, 어린 시절에 진작부터 어른의 일방적인 도착적 열망으로 고통받던 소녀였다. 그 모든 묘사가 후반부에는 다소 싸이키델릭 한 느낌을 줄 정도로 표현되기 때문에 더더욱 광기를 돋보이게 만든다.
여주인공은 정마담처럼 '예쁜 칼'이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밝디 밝은 랜턴을 비춰 사냥감을 꾀어내는 심해아귀다. 다만 예쁜 심해아귀라는 점. 속에 숨겨진 야수성을 드러낼 때 그녀는 미친 듯이 아름다웠다.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 사마귀 같기도 하고.
여주인공의 광기가 폭발하는 '문제의 그 장면'에서 그녀는 정말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정말 이상하다. 왜 이렇게 사랑스러웠을까. 낭자한 선혈 속에서 더욱 강조된 그녀의 광기가 곧 그녀가 가진 '사랑'의 진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광기의 카타르시스가 곧 그녀의 사랑스러움의 카타르시스이기도 한 셈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 정도로 소화해 낸 여배우가 정말 대단하다. 좀 무섭긴 하지만.
그녀는 극악무도한 여자지만 이상하게 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사랑스럽고 애잔했다. 그녀의 잔혹극은 이상한 슬픔이 있다. 특히나 그녀의 최후는 한층 끌어올려진 텐션이 스르륵 풀리며 엄청난 측은함이 마음속에 들어찼다. 이런 인물을 어떻게 이렇게 느껴지도록 만들어내었는지, 이 영화가 가진 마력이 있다고 밖엔 생각할 수 없다. 이 배우가 가진 매력도 한몫했을 듯하다.
(콘서트 영상을 보며)
왠지 종교단체 의식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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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겁니다.
이 사람들 다 외로우니까.
정말 행복한 사람은 저런 콘서트 안 가요.
일본 사람 전부가 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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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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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님도 그렇죠?
그리스신화에서 에로스는 프시케에게 '사랑은 의심과 함께 할 수 없다.'라고 말하고 실망하여 떠난다. 사랑은 무엇이며 사랑이 만들어내는 의심과 애착과 공허함은 대체 뭘까? 대관절 무엇이길래 이토록 처절한 집착을 낳고 피칠갑한 반작용을 낳았을까.
분명 남자주인공의 '오디션'은 불순한 의도가 섞여있었을지언정 그의 사랑이 불순하진 않았다. 여주인공이 추구한 사랑은 지극히도 뒤틀려있었고 사실상 그녀는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녀는 심지어 주인공이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분산'이며 배신이라고 여긴다. '오직 나만 사랑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저 오디션으로 꼬신 여자와 섹스가 하고 싶었을 뿐이었냐고 주인공을 매도하면서.
따라서 영화를 넓게 본다면 사실 비극은 남자주인공이 결혼을 생각하며 오디션을 열 때부터 예고되어 있었고, 이 영화는 그저 가엾은 한 여자에게 파괴당한 한 남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어쩌면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말처럼 그냥 정상적이면서도 비정상에 가까운 지독한 고독함과 외로움의 영화일 수도 있다.
사랑은 파괴적인 감정이 분명하다. 역사적으로도 치정이 낳은 전쟁과 분쟁의 사례도 끊이질 않는다.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종국에는 파멸로 이끌기도 할 정도로 강렬한 감정이다. 왜곡된 사랑이 광기와 결부되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는 순간, 사랑이 낳은 파괴는 자신을 태울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옮겨 붙는 것 같다. 사실상 비대칭 전력은 핵무기가 아닌 '제5 원소'인 사랑이 아닐까.
지나친 공허함과 그로 인한 지나친 열망이 왜곡된 무언가를 낳지 않게 되길 바라면서.
과한 천국이 지옥을 낳지 않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