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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오 Sep 30. 2022

'냉무'의 추억

그럼 좋은 하루!


'냉무'라는 말 알아요?


'내용 없음'줄인 신조어였는데, 요즘은 쓸 일이 없다.


스마트폰과 SNS나 카톡이 없던 시절에는 이메일로 대화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상적인 메시지를 메일로 답장에 답장에 답장을 하며 나누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통신문화였다. 나는 드림위즈 메일을 썼었는데, 몇년 전 드림위즈는 서비스들을 완전히 종료하고 지금은 이상한 큐레이션 링크만 있는 포털사이트가 되었다. 검색엔진인데 검색을 통해 유입되어 광고를 보는 페이지가 되었다. 사실상 완전히 그 자취가 사라진 거라 봐도 무방하다. 드림위즈에 담겨있는 메일들을 다 잃어버려서 마음이 아프다. 거기엔 이십대 때 좋아했던 누나, 사귀었던 사람과의 대화, 연락이 뜸한 친구와의 근황들이 담겨 있었지만 지금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서비스가 종료된 드림위즈 메일서비스


이메일로 잦은 메시지를 주고 받다 보니, 굳이 메일의 본문에까지 쓸 말은 필요가 없어 제목에 원하는 메시지를 쓴다. 굳이 내용이 뭔지 훑어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제목에 괄호를 달고 '냉무'라고 쓴다. 그렇게 냉무인 메일들의 제목들이 단문 메시지의 역할을 한다. 또는 긴 대화의 마무리, 그러니까 카톡으로 치면 '잘자요.' '좋은 하루.' 같은 격으로 긴 메일 쓰레드의 마무리는 냉무메일이었다.


냉무여도 꼭 클릭해서 들어갔다.


'냉무'는 이메일이라는 수단을 채팅처럼 활용한 독특한 상황에서 발생한 경우이니 용서가 된다. 하지만 본래 제목은 본문 내용의 핵심을 요약한 것이어야 한다. 무엇이 담겨 있을까 궁금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건강함을 외치는 것은 건강한 삶의 과정과 결과여야 한다. 진실에 대한 노래는 진실에 따라 살려는 치열한 투쟁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모든 것은 나 자신 또는 우리의 실제 생활의 모습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호를 외치는 것에, ‘컨셉질’에 지나지 않는다.


냉무도 아니고 냉유, 그러니까 내용이 있는데도 제목만 읽고 내용은 그냥 슥 보는 경우도 많다. 요즘엔 그런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이곳까지 글을 읽었다면 진심으로 고맙다. 그렇다면 페이지 아래 쪽에 댓글을 한번 달아주시면 좋겠다. (밑줄까지 표시했다.)


그냥 읽지도 않고 하트만 누르지 마시구요.


"그럼 오늘도 힘을 내요!"


요즘같은 모바일 시대면 이렇게 보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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