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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오 Oct 11. 2022

내가 외로움에 익숙해진 이유

이 짧은 글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글이다. 하지만 그것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닐 것이다. 나도 그것을 안다. 하지만 억지로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하는 것으로 그 책임이 나에게 있음을 돌아보려는 몸부림이다.




나는 외롭게 지내고 있다. 외로운 것이 싫지만 그 원인은 나에게 있다. 스스로를 외로웁게 만드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십대일 때도 에도, 이십대일 때도 그랬다. 서울로 올라오고 삽십대 이후에도 이어졌다. 아빠에게 억지로 책임을 전가해 본다.


아빠는 어릴적부터 가난하게 자란 택시기사이고, 좋은 여자를 만나 가난한 가정을 꾸린 뒤, 미친 듯이 노동을 했다. 가정을 위한 그의 노동과 절제된 삶은 경이로웠지만, 가정을 위해 돈을 열심히 버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역할이었다.


우리 가족은 충분히 대화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나에게 충분히 관여하지 않았다. 나를 가르치려들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열심히 교회를 다니고, 아무 문제 없이 학교를 다니고, 지방 국립대에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그것은 부모님의 성실함에 대해 적당한 격려가 되는 사실이었다. 학교와 교회의 시스템에서 배우는 것들이 내가 '세상'에 대해 뭔가를 배우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관찰하고, 빠르게 학습했다. 그만큼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성장해 가는 나의 청소년기와 대학시절 부모님과 우리는 그다지 진지한 대화를 하지 못했다. 그냥 아빠는 극도의 성실함으로 가정의 경제를 꾸리고, 엄마는 충실히 집안일과 우리를 먹이고 키우시는 일에 집중했다. 그 외에 우리가족의 가치는 교회에서 배운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곳에 취직해서 부모님과는 다른, 평범한 또는 넉넉한 중산층의 삶을 지연 없이 누리는 것이었다. 교회에 십일조나 헌금을 적절히 내고, 봉사를 하고 그 안에서 부끄럽지 않은 경제적 지위를 인정받고, 이왕이면 교회를 다니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가정과 집을 소유하는 것이 부모님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에 들어차 있는 복잡한 생각들을 어떻게 들춰보고 걸러낼지에 대한 필요는 아무도 몰랐다. 나는 교회를 통해 주입된 가치중심적, 의미중심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고, 뭔가 고귀한 일, 사람들에게 본이 되는 일,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면서 자라왔다. 그것은 부모님의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삶이었다.


아 물론, 우리가 충분히 대화를 했다면 그 두가지가 서로 상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나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경험을 듣고, 함께 이야기해보고 논박해보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보는 것. 격려를 받거나 염려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친구를 사귀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나는 늘 정답을 추구했고, 더 의미있는 것을 추구하면서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투였다.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느낄지는 몰라도 친구가 되기는 어려운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외로움은 모든것을 늘 멈추게 만들었다.


지금도 외롭다. 나는 혼자다. 친구가 없다. 너무나 슬픈 일이다. 나에게 다가왔던 사람들도 벽을 느꼈을지 모른다. 괜찮은데 아니라고 하는 사람. 잘 하고 있는데 자책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 마주하면 슬픈 사람. 절망감을 공유하게 만드는 사람. 이해는 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사람. 그런게 나였을 것 같다.


80년대 초에 가난한 지방의 가정에서 태어난 자의 삶이다. 기독교의 이미지를 주입받는 탓이다. 신의 소명을 위해 객관성을 잃은 탓이다. 나는 피해자다.


남을 위해 살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지배하고 싶은 심리였다.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심리다. 말로, 언어로 잘난 놈이 되고 싶은 욕구가 나를 지배했다. 누군가의 좋은 이웃이 되어 그들과 우리의 마을에서 서로 떡을 떼며 사는 기쁨을 왜 아무도 나에게 미리 가르치지 않았나.


왜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래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입했나. 정작 바뀌어야 하는 건 나 자신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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