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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오 Oct 24. 2022

네발자전거

2020년9월

일본의 유명한 배우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봤다.

모르는 사람이라, 그가 출연한 작품 중 본 게 있었는지 위키문서를 읽었다. 유명한 작품이 많았지만 내가 본 것은 없었다. 미안했고, 작품을 뒤늦게라도 몇 개 보는 것이 애도를 표현할 방법일까 잠시 생각했다.


자전거를 타고 맹목적으로 달렸다. 자주 가는 빵집에 들렀다가 내키는 길로 이리저리 다녔다. 네발자전거로 서툴게 자전거 타는 법을 연습중인 가족을 봤다. 사실 꼬마는 이미 두발로 타고 있다.


나도 어렸을 때 전주 송천초등학교에서 네발자전거를 탔다. 그러다 보조바퀴는 자연스럽게 들려졌고 나는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소년이 되었다.


그런데 그 네발자전거는 우리 집 소유였을까,하고 생각했다. 어렸을 땐 그걸 생각하지 않고 탔다.


우리집은 가난했고 빚도 있었다는 아빠의 얼마전 이야기를 듣고 나서인지 그 자전거가 남의 것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그리고 아빠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는데, 별다른 용건이 없이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고만 하면 걱정하실 것 같아 전화를 걸진 않았다.


자전거를 타며 그런 생각을 하는 중, 귀에 틀어 둔 라디오 방송에서 내발자전거 이야기가 나온다. 신의 계시인가. 네발자전거는 삶의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인가. 사실 우리는 누구나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는데 문제는 두려움이라고 라디오에서 말하고 있었다.


그럼 보조바퀴는 불필요한 것일까.아, 누군가에게 보조바퀴를 달아주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한 가지 비밀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집 골목에 자전거포가 있었다.아마, 자전거포 사장님이 낡은 자전거 하나를 푼돈에 주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아빠에게 슬쩍 물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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