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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오 Nov 13. 2022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아빠는 처음으로 내집마련을 했다. 융자를 얻어 6천만원 짜라 30평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당시 위성TV라는 것이 국내에 도입되었다. 아파트 옥상에 위성TV 안테나를 두면 모든 세대가 외국의 방송들을 시청할 수 있었다.


덕분에 홍콩 스타티비의 위성방송을 볼 수 있었다. 스타스포츠 채널과 채널브이는 신세계였다. 24시간 나오는 그 방송들에서 해외의 팝송들과 그 뮤직비디오들을 접하게 되었다. BBC나 CNN, 미국 MTV 방송도 서비스 되어서 영어에 친숙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나오는 방송들에 담긴 것들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채널브이는 출연자들이 영어를 구사하기도 하지만 중국 광동어를 구사하는 내용도 많았다. 중국어는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다. 알아듣지 못하는 데 화면으로 내용이 유추되는 묘한 시청 경험이 처음이었다.


NBA나 메이저리그, 유럽 축구 리그들을 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FOX채널에서는 미국 드라마들을 방송했다. 네셔널지오그래픽도 그때 처음 봤다.


국내 방송과는 다른 느낌의 엄청난 CG들이 흥미로웠고, 덕분에 그래픽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광고나 시각디자인으로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다. 미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누나는 단호하게 찬물을 끼얹었다. 미술은 공부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유학도 가야 하는데 우리 집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물론 그건 나는 그런 유학 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국내 대학을 가면 된다는 정도를 생각했을 뿐이었다.


요즘은 그런 게 어떤 노동자들의 흔적으로만 보이기도 하지만...어렸을 때는 아름다운 것들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nClUoaJmdg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나중에 컴퓨터그래픽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영상도 부전공을 했던 것들도 중학교 때부터 봤던 위성티비의 영향이 크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데, 갑자기 에이스오브베이스의 The sign이라는 곡이 입에 맴돌았다.


https://youtu.be/iqu132vTl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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