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결국 순정

이나모리 가즈오 <부러지지 않는 마음>

by 정물

'돌고 돌아 결국 순정'이라는 말이 있다. 온갖 변형과 수정을 거친 후 결국은 기본이 가장 좋다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은 자동차 튜닝이나 패션, 메이크업 등에 많이 쓰이나 우리의 삶을 비유할 때도 종종 쓰이곤 한다.


살을 빼려면 덜 먹고 운동을 해야 하고, 수익이 나려면 좋은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순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그대로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꾸준히 하기 어렵고 결과가 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얻기 위해 순정에서 변형된 편법을 찾는다.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 중 일부도 이 책에서 편법을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빨리 좋은 리더가 되는 법, 빨리 회사에서 나의 입지를 확보하는 법 같은 것을 알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편법들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 관련 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의 마음과 일상을 다스리는 법이 다수 나온다. '새로운 것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을 먹어야 실제로 이뤄진다' 등과 같이 원론적인 문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솔직히 초반에는 이 책을 선택한 것을 후회했다. 옛날식 자기계발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구닥다리 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 사람에 대한 반발심도 들었다. '딸깍'만 하면 바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볼 수 있는 시대에, 언제 마음을 갈고 닦고 앉아 있느냔 말이다.


하지만 그는 '노력하는 건 누구나 가능하지만 그 힘을 끝까지 유지시키기란 매우 어렵다'라는 진리를 말하며 나의 어리석은 생각을 잠재웠다. 그 순간 나도 아차 싶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높게 목표를 잡고, 끈질기게 노력하면서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것. 하지만 이를 꾸준히 실천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요즘 같이 뭐든 빠르게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종종 그 정답을 잊고 다른 길을 찾는다. 이런 시대에 이나모리 가즈오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정답에 자신의 지혜를 더해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에는 편법이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의 말 중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헬리콥터'를 언급한 부분이었다. 그는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헬리콥터 운전에 비유한다. 헬리콥터를 잘 운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상에서 띄운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공중에 띄워 놓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운전대를 손에서 놓지 않고 끝까지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좋은 리더가 되어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목표로 한 것만 바라보고 긴장감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뻔한 말이고, 예전부터 이야기되고 있는 구닥다리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이나모리 가즈오는 한 번 더 이 순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은 리더들이 오랜 세월 동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나는 얼마나 많이 외면했는가, 다른 편법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가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 목적하는 것만을 바라보고 정진하고 긴장하고 잘 해낼 것. 회사 경영뿐 아니라 인생의 진리일 수도 있는 이 한 문장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다른 편법을 찾기 위해 헤매다가 이 책을 찾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편법을 찾으려고 들었던 책에는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정답이 적혀 있었다. 돌고 돌아 결국은 순정. 돌고 돌아 결국은 '꾸준함'이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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